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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지대] 헌법 제1조와 공적 행복

2025-08-25 06:00
이제상 분권과자치 동구사람들 상임대표

이제상 분권과자치 동구사람들 상임대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행복은 개인의 사적 만족에서 비롯된다. 개인의 자유, 가족과의 사랑, 직업의 선택과 물질적 성공 등 개인의 삶 속에서 직접 느끼는 만족을 의미한다. 헌법 제10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 것으로 보면, 개인의 삶의 만족과 자기실현의 권리를 인정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헌법 제10조는 사적 행복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자 정치적 존재이기 때문에, 공동체 속에서 함께 느끼는 공적 행복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공동체 속에서 공정한 제도와 권리를 보장받으며 살아갈 권리까지 포함한다고 해석하는 이도 있다. 동시에 헌법 제10조는 사적 행복과 공적 행복을 구분하지 않고 뭉뚱그려 행복추구권을 규정함으로써 공적 행복의 가치를 모호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하는 이도 있다.


낯익지 않은 공적 행복을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필자는 '국민이 주권자로서 사회의 운영에 참여할 때 느끼는 기쁨'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투표를 통해, 토론을 통해, 사회 문제 해결에 동참함으로써 '내가 공동체의 주인'이라는 자긍심을 갖는 순간, 우리는 공적 행복을 체험하기 때문이다. 최초로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미국 독립선언서의 초안자 토마스 제퍼슨은 존 애덤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통치에 참여하며 누렸던 '기쁨'이 이 세상 어느 것보다 더 소중한 체험이었다고 고백했다.


헌법 제1조는 이렇게 선언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짧은 문장은 우리 국가의 정체성을 밝히는 동시에, 국민이 어떻게 행복을 누릴 수 있는가에 대한 단서를 담고 있다. 제1조는 바로 이 공적 행복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출발점이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선언은, 국민 모두가 정치적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지며, 그 속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약속이다. 민주주의는 통치 구조의 형식만이 아니라, 국민이 공적 행복을 경험하는 과정도 포함하고 있다.


공적 행복은 사적 행복과 달리, 공동체 전체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지속적인 행복이다. 투표, 토론, 집회, 의사 표현 등은 개인이 시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하고 그것으로부터 느끼는 자긍심과 충만감이 공적 행복이다. 정치 참여를 통해 '내가 공동체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공동체의 주인으로의 자각도 공적 행복이다. 다른 시민들과 함께 사회 문제를 논의하고 행동할 때, 연대 속에서 느끼는 기쁨도 공적 행복이다.


그러나 공적 행복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정치·경제·사회 제도의 공정성, 법과 제도의 보장, 시민권과 자유 등 사회적 기반에 의해 성립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을 때 확립되고 강화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제도권 정치에서는 오직 정치 엘리트와 중앙과 다수의 목소리만 들리고 시민, 지방, 소수는 발언권을 갖지 못한 채 아스팔트 위에서 불볕더위와 싸우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우리 국민이 헌법 제1조를 통해 공적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헌정 혁신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양당과 정치 엘리트에 의해 배제된 시민, 중앙 권력에 의해 소외된 지방, 다수에 의해 가로 막힌 소수에게 정치참여의 공간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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