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다
첨단기술 관련 작품 통해 인간과 기계의 경계 탐색
감각적 경험과 그에 대한 주관적 해석 눈길

신종민 ''Asset:/ragdoll/신경승''.<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경북 성주의 복합문화공간 아트스페이스 울림은 오는 10월17일까지 노진아, 서해영, 제승규 등 23인의 조형 작가가 참여하는 특별 기획전 'Paradox'를 개최한다.
'역설'을 뜻하는 전시명처럼, 이번 기획전은 서로 상반된 주제들을 통해 세상의 모순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의미 있는 시도를 선보인다.
'살아있는 것과 설계된 것', '감각과 해석'이라는 두 파트로 구분된 전시에서 50여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 기획자인 태병은 큐레이터는 "세상의 모든 일은 모순 속에서 존재하며, 예술 또한 역설적인 상황의 틈에서 새로운 것들이 탄생한다고 믿기 때문에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시의 첫 번째 파트인 '살아있는 것과 설계된 것'에서는 생명과 기계, AI 등 첨단 기술과 관련된 작품들을 통해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탐색한다. 특히 노진아 작가의 '제페토의 꿈'에 눈길이 간다. 노진아는 10년 넘게 AI 작품을 시도해온 선구자로, 해당 작품은 인간이 되려는 기계의 모습을 담고 있다. 관람객과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당신은 인간이니 나에게 인간이 되는 법을 가르쳐주러 온 거겠지"라고 되묻는 작품의 모습은 관람객에게 묘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김동영 'Upgraded pencil'.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김동영 작가의 'Upgraded pencil' 역시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다룬다. 스위치 조작을 통해 연필을 '고문'하는 듯한 움직임을 표현한 이 작품은, 연필의 그림자 변화를 통해 인간의 행위가 기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함께 신종민 작가의 작품 'Asset:/ragdoll/신경승'은 컴퓨터 이미지와 현실의 경계를 오가는 독특한 조형미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두 번째 파트인 '감각과 해석'에서는 감각적 경험과 그에 대한 주관적 해석을 다룬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경북 구미 출신인 서해영 작가는 고향의 바위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작품 '조각가를 위한 생츄어리1-바위 옮기기'를 선보인다. 그는 직접 바위에 석고를 붙여 형상을 본뜬 후, 그 조각을 재구성해 특정 장소가 지닌 기억과 감각을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서해영 '조각가를 위한 생츄어리1-바위 옮기기'.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제승규 '승규선'.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제승규 ''I'm Not 제승규'.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제승규 작가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재현한 작품들로 관람객의 향수를 자극한다. 박스로 만든 우주선 처럼 보이는 그의 작품 '승규선'은 사실 MDF로 정교하게 제작된 것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 어린 시절 만들고 놀았던 '종이 박스 우주선'에 대한 기억을 담았다. 전시장에는 작가가 실제로 사용했던 이불까지 놓여 있어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감성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사람이 박스를 뒤집어쓴 모양새의 'I'm Not 제승규' 작품에도 눈길이 간다.
임동현 작가는 '소음'에 주목한다. 그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금속 기계 구조를 통해 재현한 작품을 선보이며, 2분에 한 번씩 들려오는 덜그덕거리는 마찰음을 통해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청각적 감각을 시각적으로 되살려낸다.
아트스페이스 울림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서울 기반 작가들이 대거 참여해 지역 미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월요일 휴무. (054)933-5573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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