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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약자법 20년…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여전히 멀다

2025-08-28 11:55

2005년 교통약자법 제정 후에도 구조적 한계
편의 제공 수준에 머물러…국회도 법안 계류 중
대구서도 장애인 콜택시·대중교통 개선 요구 이어져

지난달 영남일보의 '길 위의 차별을 넘어서 - 장애인 이동권, 경계를 허물다' 르포 취재에서 지체장애인 송두용씨가 시내버스에 장착된 리프트 고장으로 인해 버스기사와 승객의 도움으로 버스에서 내리는 모습. 영남일보DB

지난달 영남일보의 '길 위의 차별을 넘어서 - 장애인 이동권, 경계를 허물다' 르포 취재에서 지체장애인 송두용씨가 시내버스에 장착된 리프트 고장으로 인해 버스기사와 승객의 도움으로 버스에서 내리는 모습. 영남일보DB

#1984년 9월 19일. 지체장애인 김순석 씨(당시 35세)가 휠체어를 가로막는 도로 턱을 없애 달라는 유서를 서울시장에게 남기고 숨졌다. "시장님, 왜 저희는 골목골목마다 박힌 식당 문턱에서 허기를 참고 돌아서야 합니까. 도대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는 서울의 거리는 저의 마지막 발버둥조차 꺾어놓았습니다. 시내 어느 곳을 다녀도 그놈의 턱과 부딪혀 씨름을 해야 합니다. 택시를 잡으려고 온종일 발버둥치다 눈물을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휠체어만 눈에 들어오면 그냥 지나치고마는 빈 택시들과 마주칠 때마다 가슴이 저렸습니다."


#2001년 1월 22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 아들을 만나러 귀성길에 나선 70대 장애인 노부부가 리프트를 타던 중 7m 아래로 추락했다. 아내는 목숨을 잃었고 남편은 중상을 입었다. 당시 리프트는 장애인에게 사실상 유일하게 허용된 이동 수단이었다.


올해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 제정 20년이 되는 해다. 김순석 씨의 죽음과 오이도역 참사는 한국 장애인 이동권 운동의 불씨가 됐고, 2005년 교통약자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이 법은 휠체어 장애인뿐 아니라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 동반자 등 '교통약자'를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 교통약자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기 위해 교통수단과 여객시설, 도로 등에 있어 이동권이 보장돼야 함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정 이후에도 법은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이동권이 '권리'가 아닌 편의를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의 책임이 지자체 재량으로 분산되면서 지역 간 격차가 발생했고, 시외·고속버스 등 장거리 교통수단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난 6월 27일 오전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열린 '대구시 장애인 권리보장 촉구 결의대회'에서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지역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영남일보DB

지난 6월 27일 오전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열린 '대구시 장애인 권리보장 촉구 결의대회'에서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지역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영남일보DB

현장의 체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동권은 곧 생존권'이라 외치며 2022년 지하철을 점거했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시위는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했지만, 그들의 행동 이면에는 여전히 열악한 현실이 존재한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영남일보 취재진이 지난달 대구에서 동행 취재한 장애인 출근길(7월 29일 3면 보도) 역시 '험난'했다. 대구 장애인 콜택시 '나드리콜'은 1시간 넘게 기다려야 배차가 됐고, 저상버스 리프트는 고장이 나 탑승자와 기사가 함께 휠체어를 들어야 했다. 정류장에 이르기까지도 보도 곳곳에 장애물이 놓여 있었다.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발의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전부개정안'은 법의 명칭을 '이동편의'에서 '이동권'으로 바꿔 교통약자의 이동을 기본권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논의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2025년 8월 현재 이 법안은 국토교통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은 채 계류 중이다.


대구지역에서도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계속된다. 대구장애인철폐연대는 지난달 29일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 기자회견을 통해 나드리콜을 포함한 대중교통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촉구했다.


최형석 대구시지체장애인협회장은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제도에 강제조항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조금이라도 되어 있는 부분 역시 실질적인 관리감독 모니터링이 이뤄져야 한다. 관에서 모든 것을 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도가 훼손된 부분에 대해 상시적으로 조사하고, 시정 명령을 내리게 하는 기관이 생길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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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디지털콘텐츠팀 서민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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