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선재창고에 출하하지 못한 선재가 쌓여 있다.<영남일보DB>
8월 우리나라 수출이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선방했지만, 미국의 고율 관세 장벽이라는 암초를 만나 대미(對美) 수출이 급감하면서 지역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철강·자동차 부품 산업이 밀집한 대구경북은 미국의 통상 압박이 현실화하면서 직접적인 타격권에 들어섰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5년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84억달러로, 전년 같은 달보다 1.3% 증가했다. 이는 역대 8월 중 가장 높은 수치이자, 지난 6월부터 3개월 연속 월별 최대 실적을 경신한 기록이다. 수입은 4.0% 감소한 518억 9천만 달러였다. 이에 무역수지는 65억1천만달러 흑자를 내며 7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이러한 호실적의 배경엔 반도체와 자동차 두 효자 품목의 수출 호조세가 주요했다. 반도체 수출은 인공지능(AI) 서버용 수요 강세와 메모리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전년 동월 대비 27.1% 증가한 151억달러를 기록, 사상 최대 수출액을 두 달 만에 갈아 치웠다. 자동차 역시 친환경차와 중고차 수출 호조에 힘입어 8.6% 증가한 55억달러어치를 수출해 8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현실이 된 '관세 쇼크'…TK경제 직격탄 가능성
문제는 전체적인 호조세 이면에 가려진 대미 수출의 급격한 위축이다. 8월 대미 수출액은 87억4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0%나 줄었다. 이는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충격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품목별로 보면 8월 1~25일 잠정 집계 결과, 자동차(-3.5%), 자동차부품(-14.7%), 철강(-32.1%), 일반기계(-12.7%) 등 주력 품목 대부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러한 수치는 지역 경제에도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차부품 산업과 철강 산업의 핵심 거점인 대구경북은 이번 대미 수출 부진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미 철강 수출이 32%나 줄고 완성차 수출 감소와 차부품까지 15% 가까이 급감하면서 지역 내 수 많은 협력 업체의 경영난과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업계는 단기적인 지원을 넘어 통상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도록 수출 시장 다변화를 더욱 가속하고 주력 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장기적인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장 다변화' 성과속 여전한 불확실성…정부 "지원책 9월 발표"
그나마 자동차 수출이 전체적으로 플러스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 다변화 노력 덕분으로 분석됐다. 대미 수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이 78.9%(8월1~25일 기준) 급증하는 등 대체 시장 공략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관세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 현재 0% 관세가 적용되는 반도체마저 향후 미국의 관세율이 확정되면 최소 15%의 관세가 예상되는 등 무역 환경 악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수출업계 관계자는 "미국 상호관세의 효과가 실제 시장에 나타나려면 최소 한 두 달은 더 걸릴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미국의 관세 조치로 인한 중소·중견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 9월 초 지원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출 현장의 목소리를 토대로 신뢰하고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동현(경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