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간 이어온 기부, 누적 기부액만 어느덧 4억원 넘어
‘나눔은 내일을 꿈꾸게 하는 힘’… 전정숭 대표의 나눔 철학

전정숭 대경안전컨설팅(주) 대표가 26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모님의 영향으로 나눔을 실천하게 되었다"고 밝히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전정숭 대경안전컨설팅(주) 대표가 26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모님의 영향으로 나눔을 실천하게 되었다"고 밝히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선친께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밥상을 내주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훤합니다. 그 영향을 받다 저도 이렇게 (나누면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전정숭(73) 대경안전컨설팅<주>대표는 수십 년째 나눔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는 '나눔 전도사'다. 기부를 시작한 지 어느덧 53년째다. 전 대표에게 나눔이란 단지 선행이 아니라 '내일을 꿈꾸게 하는 원동력'이다.
전 대표는 경북 경주 현곡면에서 3남3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유년 시절에 그의 자택은 거의 매일 사람들로 북적였다. 당시 과수원을 운영하던 선친은 어려운 이웃을 위한 '밥상 차리기'를 하루도 빼먹은 적이 없었다. 이를 보고 자란 그는 어릴 때 기억이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인생의 나침반이 됐다. 그는 "자식을 두고 '부모의 거울'이라 하지 않나. 유년기때부터 돈벌이가 크든 작든 나누며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랐다"고 했다.
고등학교 진학 시점엔 대구로 유학을 떠났다. '남자는 고등학생 때부터 스스로 학비를 마련해야 한다'는 아버지 철칙이 있어, 낮엔 학교 사환으로 일하며 생활비를 벌었고, 밤에는 공부에 매진하는 주경야독의 나날을 보냈다. 그는 "우리 6남매는 학비를 스스로 벌었지만 부모님은 친척과 동네 학생들의 학비까지 대신 대주곤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창 공부할 나이에 자식들에게 학비를 벌게 하면서도 다른 집 아이들 학비를 대신 내주는 부모님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당시 부모님과 비슷한 나이가 되고 나서야 그 참뜻을 알게 됐다"고 부연했다.
'사랑 나눔 실천'의 시발점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회 초년생이던 그는 결혼 직후 아내 고향인 충북 음성군을 찾았다가 부랑인과 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 '꽃동네'를 방문하게 됐다. 그 곳에 입소한 약자들을 보고 '무조건 도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단다. 당시 큰 돈이던 1만원을 매달 정기 적으로 기부하기 시작했다. 이후 사업 부도와 중동 건설 현장 노동 등 적잖은 부침을 겪으면서도 꽃동네 기부만큼은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그는 "남에게 신세를 지기 싫어 화물차에서 잠자던 시절도 있었지만, 나눔은 내게 제일 행복한 일이었다"며 "그렇게 시작한 것이 어느 새 기부액만 4억원이 넘게 됐다"고 했다.
전 대표의 부친과 모친은 현재 대구 사랑의열매 '고인 부부 아너 1호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선친의 정신을 기리며 나눔 활동을 하던 전 대표는 2019년 2월 모친 고(故) 박영자 여사(140호), 2021년 2월엔 부친 고 전수종 옹(173호)을 대구 아너소사이어티에 각각 가입시켰다. 전 대표 자신도 2023년 대구 아너소사이어티 214호 회원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나눔을 알려주신 부모님의 뜻을 기리고자 고인들의 이름으로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며 "'공덕'이라는 단어가 있다. 결국 선행은 내게 좋은 일로 돌아오게 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나눔은 내가 즐거워지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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