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가 내년부터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트럼프발(發) 관세폭탄 여파로 우리의 수출 둔화세가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8곳의 이 같은 전망은 우리 경제에 심각한 경고음이나 다름없다. 올해는 수출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를 예상하지만, 내년부턴 '수출 절벽'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게 해외 IB들의 분석이다. 이로 인해 우리의 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이 올해 5.1%에서 내년 4.4%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는 수출입을 비롯한 국가의 대외 수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이 비율의 하락은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에 심상치 않은 변화가 닥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은행 역시 내년 세계교역량이 2.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우리나라 재화 수출은 미국의 고관세 직격탄을 맞아 0.1% 감소할 것으로 점쳤다. 1%대 저성장의 터널에 빠진 상황에서 '수출절벽'은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위험으로 다가온다. 경제활력이 더 떨어지고, 일자리 감소와 성장률 둔화라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구조는 외부 환경 변화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최근 관세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정책자금 13조 원을 공급하는 지원책을 내놓은 것은 시의적절하다. 하지만 관세폭탄을 헤쳐 나가려면 수출시장 다변화와 함께 인공지능, 바이오, 친환경에너지 등 유망산업을 육성,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정부와 산업계 모두 경고음을 외면하지 말고, 이번 위기를 우리 경제를 다시 한번 도약시킬 기회로 만들어내야 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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