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까지 동원한 미 당국이 지난 4일 조지아주(州)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2차전지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해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을 체포 구금한 것은 국민적 충격을 넘어 한미 관계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인이 이번처럼 해외 구치소에 집단 구금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더구나 혈맹 관계인 한미 양국은 불과 열흘 전 정상회담을 갖고, 관세와 미국 내 투자 문제를 1차 매듭지었다. 집단 체포가 이뤄진 공장도 미국이 요구해 짓고 있는 곳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체포작전과 관련 "당국이 할 일을 했다"고 밝혔다. 근로자의 취업·체류 비자(VISA) 문제일 뿐 다른 의도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우리로서는 그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상황이 아니다. 먼저 '12·3 비상계엄 내란 특검(조은석 검사)'이 지난 7월 21일 오산 미 공군기지를 압수수색한 것에 대한 보복 성격이란 의심이 있다. 실제로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는 '숙청, 혁명' 같은 단어를 차용하면서 의문을 제기한 바 있고,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면전에서 이를 해명해야 하는 장면을 우리는 목도한 바 있다.
이재명 정부는 관세 협상에서 무려 5천억 달러(약 700조 원)의 미국 내 투자를 약속했다. 이번 사건은 이에 대한 국민적 저항감을 키울 소지가 있다. 정부는 일단 구금된 한국인의 석방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밝혔지만 양국 관계에서 어떤 오해와 인식의 차이가 있는지 전면적인 검토가 불가피하다. 과거처럼 반미(反美)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동맹, 혈맹 관계로서 한 치의 장애물이라도 있다면 걷어내야 한다. 동시에 주권을 가진 국가로서 할 말은 하는 것이 외교의 본질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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