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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심 변호사가 바라본 세상] 사는 게 참 디다

2025-09-09 06:00
김영심 법무법인 율빛 대표변호사

김영심 법무법인 율빛 대표변호사

지난 주말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각자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자식들 이야기로 이어진다. 대화의 주제도 자연스럽게 자식들의 취업 이야기다. 내 친구들의 자식들은 다들 공부를 잘했는지 소위 스카이 대학에 진학했다는데, 그런데도 취업이 쉽지 않은지 졸업 후 회계사, 변리사 자격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청년 실업률 증가, 노년 취업률 증가' 얼마 전 보았던 사회뉴스 제목이다. 집에서 노는 청년들이 늘고 있고, 일하는 노인들도 늘고 있다는 것인데, 청년 실업률 증가 이유가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많지 않기 때문일 테지만, 일할 의사는 있으나 현재의 임금 수준 등이 낮다고 생각하여 스스로 일하지 않는 '자발적' 실업률이 높다는 것이 눈에 띈다. 고학력화와 양질의 일자리 부족에서 오는 현상인 것 같다. 자발적 실업 상태에서도 돈이 있어야 살 터여서 대체 무슨 돈으로 사나 싶은데, 그 경제적 부담을 부모가 안고 있었다. 좋은 대학교에 보내느라 많은 사교육비 지출을 했고, 서울 소재 대학 4년간 등록금과 생활비까지 감당했지만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여전히 부모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니 부모의 자식에 대한 뒷바라지가 끝이 없는 것 같다고 한탄한다.


청년들의 신중한 진로 선택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일 수도 있고, 노년층의 취업 증가는 고령화 사회에서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측면도 있다고 볼 수 있지만,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시각이다. 청년들은 미래가 암울해서 희망이 없다고 한탄하고, 노인들은 100세 시대에 살면서 남은 여생의 생계를 어떻게 꾸려야 할지 걱정한다. 청년들은 소위 고스펙을 쌓기 위해 20대를 보냈지만 막상 대학교를 졸업해도 대기업 취업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처럼 어려워 취업 문턱에서 좌절을 경험하고, 노인들은 자식들 교육 뒷바라지 하느라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해 안식을 취해야 할 시기에 생존을 위해 일하면서 고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노인들의 일자리 질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퇴직 후 할 수 있는 일자리는 단순 노무직 아르바이트이다. 노인 여성들의 일자리는 없거나 더 열악하다. 공공 아이돌보미, 환경정비, 조리도우미 등이 인기라는데 하루 4~5시간 근무하면 월 50만원 내외 벌 수 있지만, 그마저도 자리가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고,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거나, 정년 이후 재고용 방식으로 계속 고용을 하는 것에 대해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 내용이 없다. 요즘 65세면 예전 40대처럼 한창 활기차게 일할 나이다 보니, '정년 연장'이든 '계속 고용'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60세 이상의 장년층의 일자리 확보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하지만 선뜻 제도화시키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청년 일자리 축소 우려 때문인 것 같다. 안 그래도 청년 취업률이 떨어지고 힘든 마당에 자식 일자리를 부모가 뺏는 모양새가 되니 쉽지 않다. 거기에 AI까지 노동시장에 가세하고 있으니 이래저래 일자리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이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다음 만남에서는 친구들의 부담을 덜어줄 자식들 합격소식을 들었으면 좋겠다. 전문직도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어서 합격한다고 거기서 끝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6월 이른 여름에 시작된 더위가 9월이 되어도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사는 것도 힘든데 날씨까지 더우니 주변에서 "올 여름은 참 디다"라는 말이 많이 들린다. 시원한 바람이 불고, 풀벌레 소리가 들리면 사는 게 좀 수월해 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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