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사람의 기분은 바람처럼 변화무쌍하다. 행복과 좌절 사이를 오가는 감정은 계절적 요인, 일상 스트레스, 타인 비교, 내면 죄의식 등 다양한 요인에 뿌리를 둔다. 그중 심리적 막다름이나 삶의 에너지가 소진될 때 극단을 택하는 자살은 개인·사회적으로 크나큰 비극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세계 자살 예방의 날(9월 10일)을 정하고, 정부는 자살 예방 및 생명 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 제정 등 여러 노력을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살률(27.3명, 2023년)은 OECD 평균 자살률(10.7명, 인구 10만 명 당 자살자 수) 두 배 넘는 21년째 세계 1위이다. 정부의 노력에도 13년 만에 가장 많은 14,439명(하루 평균 39.5명)은 사회‧경제적 어려움과 자살에 대한 사회적 수용 태도 증가를 원인으로 꼽는다. 타인과의 식사 공유횟수(주4.3회, 세계 135위)에 보듯 외로움이 많은 우리 국민은 미래 희망과 연관된'절망사'도 증가하고 있다.
달서구의 2023년 140명 자살은 2022년보다 11명 감소하며 자살률도 1.6명 줄었다. 이는 2017년 후 최저치로 전국 증가 추세(8.5%)와는 달리 7.3% 감소된 수치다.
작년 자살 예방 상담 및 유족지원창구가 원스톱으로 일원화되는 가운데 1명 자살에 평균 6명 유족이 발생하며, 강력한 심리·사회적 고통을 겪은 그들의 자살위험은 일반인보다 8~9배 높다.
1인 가구 증가와 비대면 문화 확산 속에, 20만 명 넘는 20대 우울증 환자와 구직을 포기하고 그냥 쉬는 50만여 명 청년들의 면밀한 관찰이 시급하다. 우울증 환자가 2023년 110만 9,300명에 달하고, 고립감‧단절감을 높게 경험하는 중년 1인 가구는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자살 생각이 다인 가구 구성원보다 4배 높은 가운데 노인자살은 23년 3,838명에 이른다.
자살 원인은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38.6%), 경제적 문제(27.8%) 육체적 질병(15.7%) 순이다. 정신적 요인의 20-30대 발병은 상담과 약물치료 등 적절한 치료로 회복이 가능하다. 한편 자살자의 96.6%가 미리 경고신호를 보내나 주변의 인지 비율은 23.8%에 불과해,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주변 관심이 절실하다.
이에 달서구는 자살 예방 목표'한 생명이라도 더'를 중점과제로 정하며, 성과를 얻고 있다. 자살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생명지킴이단을 운영하고 공직자 및 5천여 주민 생명지킴이 교육으로 자살 위험신호 인지와 전문가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자살 고위험군 및 유가족을 대상으로 전문가 집중 사례관리와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며 동 단위 생명 존중 안심마을 조성 등 맞춤형 자살 예방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정신건강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정신건강 전담팀 신설과 건강복지관을 건립하여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의 통합 이전과 인력을 보강하며 정신 건강서비스체계를 촘촘히 다지고 있다.
유관부서‧주민이 함께 자살률 40% 감축(2027년까지, 정부 목표보다 10% 높음) 예방계획을 수립하며 마음 투자 지원사업 확대, 모바일 기반 자기진단, 상담‧사례집중관리, 기관 간 협력 강화, 취약계층 지원강화, 안심 지킴이단‧생명 존중 안심마을을 확대하고 있다.
각박해져 가는 오늘날 기부, 봉사, 낯선 사람 돕기 같은 친사회적 행동 장려와 주위의 관심과 묵묵히 들어주는 인내는 생명의 등대 빛이다. 오랜 어려움에, 우리 함께 절망과 고통의 사람을 찾는 목자의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희망의 등불을 높이 들어주자.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한데.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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