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승완 유메타랩 대표
세상에는 '성공'을 개인의 노력과 역량의 직접적인 결과물로 해석하는 능력주의적 서사가 팽배해있다. 우리는 성취를 자기 노력의 정당한 보상으로, 실패를 부족함의 증거로 받아들이도록 교육받았다. 학교나 가정, 사회 곳곳에서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공식을 진리처럼 배운다.
하지만 사업을 하다 보면 이런 믿음이 얼마나 허상인지를 깨닫게 된다. 완벽한 사업계획서가 시장의 예상치 못한 변화 앞에서 휴지조각이 되는 순간을 목도한다. 경쟁사의 등장, 규제의 변화, 팬데믹과 같은 천재지변. 철저히 준비해도 예측할 수 없었던 변수들이 판도를 뒤집는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고어가 있다. '운이 7할, 개인의 재주가 3할'이라는 뜻이다. 이는 단순히 체념을 정당화하는 변명이 아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생각보다 훨씬 작다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다. 시장, 타이밍, 우연한 만남, 여러 변수들. 모든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야만 '결과'라고 부르는 것이 만들어진다. 내 노력은 그저 수많은 요인 중 하나일 뿐이다.
이런 깨달음이 주는 첫 번째 선물은 겸손이다. 내 성공이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는 인식은 자연스럽게 겸손으로 이어진다. 좋은 가정환경, 우연히 만난 멘토, 때마침 불어온 시장의 순풍. 이 모든 행운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반대로 실패한 사람들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게으르거나 무능해서가 아니라, 단지 운이 따르지 않았을 수도 있다. 노모를 돌봐야 했거나, 시대를 너무 앞서간 아이디어를 가졌을 수도 있다. 이런 인식은 실패자를 향한 우리의 시선을 바꾼다. 비난이 아닌 이해와 공감으로.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나눔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내 성공의 7할이 운이라면, 그것은 곧 내가 받은 것의 대부분이 선물이라는 뜻이다. 받은 것이 많다는 인식은 자연스럽게 나눔으로 이어진다. 내가 누린 행운을 사회에 돌려주는 일이며, 운이 따르지 않은 이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일이다.
성공한 기업가가 청년 창업가를 멘토링하는 것, 부유한 사람이 장학금을 기부하는 것, 안정적인 직장인이 자원봉사를 하는 것. 이 모든 나눔은 단순한 선행이 아니라, 우리가 받은 운을 재분배하는 일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나눔이 다시 운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내가 도운 청년이 훗날 큰 사업가가 되어 더 많은 이들을 돕는다. 내가 기부한 장학금으로 공부한 학생이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가 된다. 이렇게 나눔은 운의 순환 고리를 만들어낸다.
결국 모든 것은 운이다.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 섭리, 은혜, 운명. 이름이 무엇이든 우리를 둘러싼 이 압도적인 힘들. 운칠기삼이 가르치는 것은 체념이 아니라 수용이고, 수용을 넘어 감사이며, 감사를 넘어 나눔이다.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인정하되,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성과를 독점하지 않고 나누는 것.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지만, 함께라면 운마저도 만들어낼 수 있다. 나눔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그 기회가 누군가의 운이 되는 아름다운 순환. 받은 것에 감사하고 나눌 줄 아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운칠기삼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진정한 삶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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