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첫 삽 뜬 성서소각장 1호기 재신설 사업. 내년 상반기 준공 앞둬
사업 완료 코 앞인데 사업 취지와 다르게 환경 설비 구축은 사실상 어려워
사업비 책정 당시 연도별 정부 표준단가 착오…예산 확보 문제 불거져
“예산 차이 수백억…총사업비 증액 불가” 주민 반발 확산

성서소각장 전경 .영남일보DB

2022년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비용 표준단가. 환경부 제공
대구 성서소각장 1호기 재신설 사업의 당초 주된 목적이었던 환경친화적 설비 구축이 사실상 '불발'될 것으로 점쳐진다. 행정당국의 착오로 예산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각장 시설을 둘러싼 환경오염 논란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11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시는 내년 5월 준공(2023년 5월 착공)을 목표로 성서소각장 1호기 재신설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성서소각장은 대구 서부권 주민들이 배출하는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환경 시설로, 총 3호기로 구성됐다. 이 중 1993년에 조성된 1호기는 2016년 가동이 중단될 만큼 노후화가 심한 시설이었다. 이에 2018년 친환경 시설 구축과 첨단 시스템 도입을 전제로 1호기 재신설 사업추진이 본격화됐다.
문제는 내년 상반기 사업 완료를 목전에 두고, 주민들이 애타게 요구한 친환경 시설 구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예산 문제'가 시발점이었다. 당초 대구시는 성서소각장 1호기 실시설계 완료 시점인 2022년 10월 당시 환경부가 고시한 생활폐기물 소각시설 표준 단가(2021년 기준·t당 3억9천600만 원)를 적용, 총사업비를 1억210억원(국비 334억원·시비 526억원·주민 부담금 350억원)으로 확정했다. 통상 환경 관련 사업의 비용산정 시, 환경부 표준 단가에 맞춰 총사업비가 책정된다. 하지만 2023년 5월 착공한 뒤 문제가 불거졌다. 사업 완료 시점 기준 사업비가 수백억이 더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와서다. 때마침, 매년 연말에 이뤄지는 환경부의 연도별 표준 단가가 2022년 기준 t당 4억9천800만원으로 늘어난 상황이었다. 이에 착공 전 2021년 기준이 아닌 2022년 기준으로 사업비를 재산정해야 했지만 시는 사안의 긴급성을 감안, 1천200억원 규모로도 충분히 사업을 할 수 있는 판단을 했다.
현재 대구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사업 완료까지 고작 수개월이 남아 자체 해결할 가용 예산을 확보하기가 애매해서다. 앞서 정부에 국비증액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이력이 있어서다.
대구시 측은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는 만큼, 성서소각장 1호기 건립에 속도를 내야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갑자기 사업비가 껑충 뛰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주민 반발은 충분히 이해한다.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의 첨단 설비를 갖춘 친환경 소각장을 짓는 덴 어려움이 있지만, 환경부가 제시한 시설 기준엔 충분히 부합한다. 기존 사업비로 소각장을 지은 뒤 차후 각종 환경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주민들은 행정 당국의 책임 있는 대처가 필요하다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주민들은 "소각장이 재신설되는 지역은 환경오염 우려가 크다. 이왕 사업을 시작했으면, 최소한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넉넉히 예산을 집행해 주민을 안심시키진 못할망정, 최소한의 예산으로 사업을 한다는 것인데, 이는 구색만 갖춘 반쪽짜리 시설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경모(대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