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현국밥
비가 올 때면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파전과 막걸리, 뜨끈한 칼국수, 수제비, 국밥, 그리고 돼지국밥이다. 최근 다녀온 돼지국밥 중 기억에 남는 곳이 있어 소개하려 한다.
대구 달서구 신내당시장 안 작은 골목에는 '대현식당'이라는 자그마한 국밥집이 자리 잡고 있다. 작은 규모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리뷰까지, 말 그대로 숨은 맛집이다. 주문한 돼지국밥이 나오자, 진한 국물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한 그릇 가득 담긴 국물 위로 돼지고기와 내장이 풍성하게 쌓여 있어, 건더기만으로도 눈과 입이 즐거웠다.
이곳 돼지국밥은 돼지사골과 돼지고기를 기본으로 한다. 부드럽게 삶아진 수육은 국물의 깊이를 살려주는 조연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주연은 단연 돼지 특유의 풍미가 살아있는 고기였다. 최근 돼지고기 값이 올랐다는 뉴스가 있었지만, 고기의 질과 양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국물보다 건더기가 더 많다고 착각할 정도로 고기가 넉넉하게 들어 있어, 먹는 내내 만족감이 이어졌다.
대현식당의 국밥은 흔한 사골 육수 국밥과는 차별화된다. 개인적으로 진하고 깊은 돼지 향이 베어있는 육수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곳 국밥은 그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켰다. 국물 한 숟가락마다 고소함과 진한 맛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밥과 함께 나오는 겉절이도 일품이다. 김가루와 부추, 다진 마늘이 듬뿍 올려져 있어 국물과 함께 먹으면 감칠맛이 배가된다. 부족하다 느껴진다면, 양념장을 조금 섞어 매콤하게 즐겨보는 것도 좋다. 국물에 밥을 말아 한 숟가락 떠먹으면, 뜨끈함과 포만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음식을 다 먹고 나서 나오는 길, 속은 든든하고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만족스러운 한 끼였다. 여러 사람이 함께 간다면 수육과 막걸리를 곁들여 즐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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