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재생에너지 확충 구상을 밝혔다. 에너지 정책 변화의 타당성이나 대통령 발언의 진위는 더 따져볼 일이지만, 당장 TK 100년 비전의 하나로 꿈꿔왔던 '원전 르네상스'가 물거품이 될 위기 앞에 놓였다. 새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정책 변개(變改)로 길 잃은 TK 메가 프로젝트가 한둘 아니다.
대구경북신공항 사업은 더 심각하다. 2030년 개항 목표는 언감생심이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도 "사업기간을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시인했다. 자금 조달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서다. 사업이 추진될수록 해마다 예산이 조금씩 늘어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내년 예산(318억원)이 올해(667억원)보다 더 쪼그라들었다. 대구시가 요청(2천700억원)한 것과는 천양지차다. 이대로면 공기 연장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 지속성을 걱정할 지경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도 마찬가지다. 이를 야심차게 추진해온 홍준표 전 대구시장조차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말한다. 이재명 정부의 5극3특 정책 대응을 위해 대구와 경북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박한 때에 통합 논의가 정지상태다. 오히려 광주시와 전남도 등 후발주자들이 추월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최근 행정협의체 구성을 합의했지만, 행정통합보다는 '협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대구 취수원 이전도 당초 추진한 안동댐 이전보다는 구미 해평취수장 이전으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 간 견해차가 커 지지부진하다.
멈출 것인가 새 길을 낼 것인가, 싸울 것인가 변할 것인가. 이재명 정부 100일, 진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대구경북이 맞닥뜨린 질문 앞에 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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