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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메일] 케데헌, 우리가 안 만들어도 돼!

2025-09-22 06:08
배정순 〈전〉경북대학교 초빙교수

배정순 〈전〉경북대학교 초빙교수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케데헌 열풍은 여러 해석을 불러왔다. 부산에서 개최된 '2025 국제 스트리밍 페스티벌' 현장에서 고위공무원은 "케데헌을 우리가 제작할 순 없었냐며 가슴 아프다"라고 했고, 국내 OTT 관련자들도 "참 뼈아프다"며 "케데헌이 국내 플랫폼을 통해 스트리밍됐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또 한국이었다면 이게 제작이나 가능했겠냐며 국내 콘텐츠 제작환경의 한계 등을 지적하며 역시 아쉬움을 드러냈다. 물론 콘텐츠 강국으로 자리 잡은 한국적 위상을 생각해 보면 일견 타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국경과 경계를 넘나드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으며 콘텐츠의 힘은 제작국의 국적보다는 작품 그 자체의 완성도와 매력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조금 다른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세계 굴지 기업의 물건을 대신 만들어주는 OEM으로 외화를 벌었고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 유통을 배우면서 급성장했다. 그와 반대로 지금은 우리나라 브랜드의 생산지는 대부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해외이다. 브랜드는 국산이지만, 실제는 우리나라가 아닌 제3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물론 생산되는 현지에 지불하는 가치는 브랜드 국가인 우리나라에 비하면 훨씬 적은 몫이다. 예전에는 귀국할 때 외국산 제품 한두 개쯤 반드시 사서 오려고 안달했다면, 이제는 국내 생산을 구매하려는 욕구가 다시 늘어날 만큼 코리아는 브랜드와 제품력 모두에서 신뢰를 지키고 있다.


1970~80년대 국내의 문화적 환경이 비교적 단조로웠던 시절, 한국의 청소년들은 미국과 유럽의 뮤지션들에 열광했다. 미국 가수의 한국공연이 있었던 서울 한 대학의 강당은 학생이 실신해서 실려 나오는 등 그야말로 초토화되었다 할 만큼 그들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과연 우리는 그때 그가 미국인이어서 혹은 영국인이어서 열광했던 것인가. 오히려 차별화된 개성과 새로운 문화적 매력에 매료되었던 것이고 또 모든 문화는 인간 보편의 정서를 포함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문화는 저항 없이 스며들고 소비된다. 결국 대중의 반응은 국적이 아닌 그 작품이 주는 감동과 즐거움에서 좌우된다.


케데헌은 그런 면에서 매우 흥미롭다. 우리가 투자하지도 제작하지도 유통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한국의 정서와 전통,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었고, 우리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한국을 알리고 물건을 팔고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다. 물론 이렇게 한국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구현된 이유는 비록 국적은 외국이지만, 부모가 한국인이거나 한국에서 자란 경험이 있는 교포나 그 2세들, 혹은 한국인을 가족으로 둔 다양한 인재들이 제작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뒷이야기를 들어보니 잘못 표현한 소구들이 이런 한국계인 들이 참여하면서 많은 수정작업이 있었고 한국 문화 코드가 자연스레 구현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맥락은 한국 문화가 이미 세계적 친숙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 극적 효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최근 미국은 'Great America'를 기치로 높은 관세장벽을 세우고 있다. 경제시장은 이렇듯 국익을 앞세우며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지금, 케데헌은 국제정세나 정치적 이해득실과 무관하게 전 세계에서 선풍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결국 보호무역이 강화되는 시기에 문화적 콘텐츠는 그 장벽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문화와 예술의 콘텐츠는 본질적으로 국경을 넘어선다. 모든 것을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는 배타적 시각을 고집하기보다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보편적 콘텐츠 문법 속에 한국의 문화 코드를 매력적으로 구현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코리아 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장하고 지속하는 새로운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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