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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時時刻刻)] 아이 키우기 위해 이사 오는 도시

2025-09-23 06:00
안병윤 국립경국대 부총장

안병윤 국립경국대 부총장

경북도청이 현 위치의 신도시로 이전한 지 10년. 행정 중심지로서의 위상은 확보했지만, 일자리 창출과 교육 환경은 여전히 과제가 많다. 특히 학부모들이 체감하는 교육 서비스 수준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그 결과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들 상당수는 자녀 교육을 위해 다시 대구 등 대도시로 이주를 고민한다. 이는 단순한 학교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신도시의 성장·정주와 직결되는 심각한 신호다. 2024년 통계청 조사에서도 시도 간 인구 이동 사유로 직업(33.5%)과 교육이 뚜렷하게 나타난 바 있다. 교육 인프라 개선이 곧 신도시 발전을 떠받치는 근거라는 뜻이다.


물론 도시 발전에는 일자리가 핵심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보면, 교육 서비스의 혁신은 일자리 창출보다 먼저, 그리고 비교적 빠르게 시작할 수 있는 과제다. 학교·교육청·시군이 자체 재원과 제도 설계로 추진할 수 있고, 이미 전국의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정책 의지다. 의지와 협력만 있다면 신도시형 교육 서비스를 설계하고 가동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 다음은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몇 가지 제안이다.


먼저, 온라인 기반 맞춤형 교육 플랫폼의 도입이다. 예천군이 EBS·예천교육지원청과 협력해 10월부터 개설 예정인 '청소년 둥지 배움터(자기주도학습센터)'는 중학생 대상 맞춤 지원과 격차 해소를 목표로 하는 좋은 시도다. 다만 아쉬운 점은 도청신도시가 직접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생 수와 수요를 고려하면, 도청신도시 우선 적용이 정책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지역 기반 학습 공동체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세종시는 도서관·커뮤니티센터를 거점으로 독서토론, 진로 특강, 가족 동반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해 학부모 만족도를 높여왔다. 도청신도시 역시 방과후 프로그램의 대상을 초등 저학년에 한정하지 말고 고학년·중학생까지 확대해야 한다. 주말 프로그램을 확충하여 청소년이 스스로 선택하고 설계하는 활동의 폭을 넓힌다면, 학습 동기와 정주 의지가 함께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공공–민간–대학의 협력을 강화하자. 성남시에서는 가천대 등 4개 대학이 '성남지역대학협의체'를 구성해 지역사회 혁신과 교육·산업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가천대의 'P-실무프로젝트'처럼 지자체·공공기관·지역 단체와 실제 과제를 수행하는 프로젝트형 학습(PBL)을 정례화하면, 학생들은 교실 밖에서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쌓는다. 우리 지역 대학들이 초·중·고와 연계해 멘토링·탐구·메이커 활동을 꾸리고, 학교 시설과 대학 자원을 공유 인프라로 묶는다면 지역 교육생태계는 훨씬 효율적으로 돌아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거버넌스의 분절을 해소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현재의 지방자치–교육자치 이원화 체계에서는 지자체와 교육청이 분리되어 방과후·돌봄, 체육·문화시설, 통학·활동 인프라가 따로 설계되고 따로 집행되기 쉽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시군과 교육청의 협력시스템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다. 도청신도시가 행정 중심지를 넘어 명실상부한 지역의 중심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교육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새로운 인구 유입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만의 특색 있는 교육 모델을 마련할 때 비로소 학부모와 학생이 머무는 신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이사 오는 도시, 그 목표를 교육 서비스 혁신으로 앞당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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