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경주 APEC 정상회의 만찬장이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경주 라한호텔로 전격 변경됐다. APEC 준비위원회는 공식 만찬에 더 많은 인사를 초청할 수 있도록 장소를 바꿨다고 했다. 이번 APEC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혼란했던 국가의 정상화를 알리는 새 정부의 첫 대규모 국제행사이고, 국내외 주요 인사가 참석할 예정임에 따라 공식 만찬에 보다 많은 인사를 초청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박물관 중앙마당에 건설 중인 만찬장 시설 수용인원은 600명 정도로, 지난 2005년 부산 APEC 당시 1천 명을 수용한 만찬장보다 작다.
애초 정상회의 만찬장을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정한 것은 박물관의 대표 유물인 에밀레종을 20년 만에 타종하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금관을 모아 외국 정상들에게 소개하는 등 천년 고도(古都) 경주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APEC 만찬이 'APEC 정상회의의 꽃'인 만큼, 전통적 요소가 가미된 만찬장을 조성하기 위해 80억원을 들여 공사 중이다. 그동안 계속 제기됐던 만찬장·미디어센터 공정률 저조 등 준비 미흡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만찬 장소가 갑자기 바뀌다 보니 APEC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APEC 정상회의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할 전망이다. 미·중 패권 경쟁과 관세 전쟁 와중에 양국 정상이 6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만난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의장국인 한국도 미국, 중국 등과의 회담을 통해 뒤얽힌 현안을 풀고 외교 무대를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남은 기간 경호·교통·의전 등 준비 상황을 철두철미하게 점검해 오점을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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