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TV

  • 가을빛 물든 대구수목원, 붉게 타오르는 꽃무릇 군락
  • “익숙함에 새로움을 더하다”…서문시장 골목에서 만난 이색 김밥

[시선과 창] 경북 스토리와 콘텐츠의 현재, 미래

2025-09-24 06:00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파리5대학 사회학 박사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파리5대학 사회학 박사

K-콘텐츠의 위력이 갈수록 거세다. K-팝을 비롯해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확산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애니메이션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케데헌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또 하나의 사례를 보여줬다. 여기서 '가장 한국적인 것'은 한국 문화만의 창의성과 독창성을 뜻한다. 이는 콘텐츠산업에서 중요한 요소로서 스토리와 지적재산(IP)이 지닌 중요성을 방증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할수록 콘텐츠 가치를 높이는 것은 창의성이나 독특함이라는 관점에 기대면 스토리와 IP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스토리 관련, 경북도에서도 주목할 만한 행사가 열렸다.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진흥원)에서 열린 '2025년 경북 K-스토리 페스티벌'이 그것. 올해 네 번째를 맞은 이 행사는 스토리 분야를 특화한 페스티벌이다. 'K-콘텐츠'의 원천인 경북의 스토리를 창작하고 활용해서 콘텐츠로 개발하자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올해는 1천여명이 참여했다. 주요 프로그램을 톺아보며 경북 스토리와 콘텐츠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해보자.


이번 행사에서 눈길을 끈 것은 경북 예비작가들의 수상작품을 대상으로 사업화 가능성을 점검한 피칭(투자유치 설명회) 프로그램이다. 올해 진흥원이 8개월 운영한 '스토리 스쿨' 과정에 참여한 작가 지망생들 작품 중 우수작을 골라서 제작 가능성을 검토했다. 페스티벌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매년 작가 양성 과정을 진행했는데 그 결실이 보인다는 게 심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평가였다. 수준이 갈수록 높아져 올해 1·2위 작품은 영상제작을 해도 손색이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처럼 콘텐츠 산업의 토대인 스토리를 육성하려면 단기 실적에 매달리지 말고 꾸준히 지원해야 한다. 그 과정에 '케데헌' 같은 세계적 콘텐츠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그날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IP피칭에 참여하는 영상제작사, 출판사, 웹툰 및 웹소설 플랫폼 등은 지역에 대한 관심이 낮다. 피칭에서 콘텐츠제작으로 연결되는 사례도 많지 않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수준 높은 IP를 개발해 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사업화에 적합한 장르를 특화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현재 콘텐츠산업에서는 웹소설과 웹툰이 대세다. 두 장르에서 검증된 작품을 영상콘텐츠로 제작하는 사례가 두드러진다. 이런 특화 장르의 스토리를 육성해야 사업화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호평을 받은 것도 웹소설이었다. 이를 위해서 경북의 대학들과도 협력하여 창작자 양성 등을 지원해서 저변을 넓혀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에 묻혀 있는 원형스토리를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강연한 웹툰 '정년이'의 글작가 서이레는 경북과 구미시가 브랜드웹툰으로 제작 지원한 '오, 녹주' 스토리제작에 참여한 경험을 자세히 소개해 주목받았다. 작가는 구미 출신의 명창 박녹주를 알리기 위해 방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창작한 경험을 들려주었다. 그를 통해 지역에 숨겨져 있는 박녹주 명창의 일대기가 스토리로 발굴되고 웹툰으로 제작되면서 전국에서 80여만명이 알게 됐다는 것이다.


앞으로 경북의 우수한 스토리가 더 많은 대중을 만나려면 알려지지 않은 스토리 발굴부터 장르 특화, 피칭 등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