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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대구시 신청사 국제 현상설계 결과와 한국 건축문화의 위상

2025-09-28 14:02
김재록 대한건축사협회 회장

김재록 대한건축사협회 회장

최근 국내 건축계에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9월16일 발표된 대구광역시 신청사 국제설계공모에서 국내 건축사무소의 작품이 '포레스케이프(FORETscape)'가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된 것이다.


이번 공모는 미국, 영국, 콜롬비아, 튀르키예, 필리핀 등 해외 유명 설계사무소가 참여했다. 그 가운데 국내 건축사들의 손에서 나온 작품이 당선된 사실은 한국 건축이 해외 의존에서 벗어나 자생적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영화와 음악 등 세계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의 문화적 저력이 'K-컬처'라는 이름으로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건축은 여전히 외국의 유명 건축가나 건축사무소의 이름값에 기댄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의 유수 회사를 물리친 '포레스케이프'의 성과는 더욱 값지다.


숲이 깃든 문화청사를 표방한 포레스케이프는 '행정청사'라는 기능을 넘어, 시민이 일상에서 자연과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대지와 주변 자연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도시와 조화를 이루고, 청사 자체가 새로운 문화 플랫폼이 되도록 설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라 시민 삶의 질과 직결되는 공공건축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흥미로운 것은 이 소식이 얼마 전 인천에서 열린 '제21차 아시아건축사대회(Asia Congress of Architects)'와 맞물린다는 점이다. 'A Better Tomorrow'(더 나은 내일)를 슬로건으로 24개국 건축사들이 모인 이 자리에선 한국 건축사들의 자질과 위상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외 전문가들조차 한국 건축계의 역량과 가능성을 주목하는 가운데, 포레스케이프의 당선은 그 흐름을 구체적으로 증명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공공건축물 설계공모에서 중요한 것은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이다. 신청사는 단순히 행정 기능을 수행하는 건물이 아니라 도시의 상징이자, 시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당선작 선정에서 '지속 가능성'과 '공공성'이 중시된 것은 건축계가 이전보다 더 무거운 사회적 책무를 요구받고 있음을 방증한다.


또한 이번 공모는 국제공모 방식과 심사위원 구성, 전문가 참여 등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절차적 신뢰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건축물은 사회적 수용성을 얻는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건축문화가 성숙했다는 징표다.


대한민국 건축사의 자질과 위상은 날로 성장하고 있다. 다만 아직 세계적 건축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건축사 스스로가 변화의 흐름 속에서 창의성과 독창성을 발휘할 때, 건축은 사회적 역할과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다. 포레스케이프의 당선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건축사들의 역량, 발주청의 노력, 시민들의 인식이 어우러질 때 수준 높은 작품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러한 작품이 세계무대에서 인정받는 날, 나아가 국내에서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배출되는 날도 멀지 않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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