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현호 (주)콰타드림랩 대표
긴 연휴가 끝나면 어딘가 마음이 허전하다.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 정을 나누고, 고향의 공기 속에 몸을 맡겼던 시간이 끝나면, 다시 시계의 바늘이 일상으로 돌아온다. 출근길의 붐비는 지하철, 미뤄둔 업무, 회사·학교의 일정, 쌓여 있는 메일함이 우리를 기다린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스스로 다짐하지만 마음은 아직 명절의 여운 속에 머물러 있다. 이 시기의 피로와 무기력, 허전함을 우리는 흔히 명절 증후군(Post-Holiday Syndrome)이라 부른다. 긴 연휴 동안 생활 리듬·역할·감정이 바뀌었다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때, 신체적 피로와 심리적 불균형이 함께 나타나는 현상이다. 심리학에서는 스트레스 반응 증후군의 한 형태로 본다.
명절 동안 우리의 생체리듬(circadian rhythm)이 깨지기 쉽다. 수면과 식사 시간이 불규칙해지고 활동량이 달라지면서,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호르몬(코르티솔, 세로토닌 등)의 균형도 흐트러진다. 몸은 쉬었는데 오히려 더 피곤해지는 이유다. 여기에 정서적 피로가 겹친다. 명절은 휴식의 시간이면서도 관계의 시간이다. 간혹 가족 간 갈등, 비교, 책임감 등이 얽히면서 감정 에너지가 소모된다.
명절은 일시적으로 일상의 반복에서 벗어난 탈일상의 시간이다. 그런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때 미뤄둔 업무와 현실의 문제들이 한꺼번에 떠오르면서 심리적 간극(gap)이 생긴다. 이 간극이 클수록 돌아가기 싫다는 감정이 강해지고, 우울감으로 이어진다. 결국 명절 증후군은 단순히 피로의 문제가 아니라 균형이 흔들린 마음의 반응이다. 일상이란 반복이 아니라 균형이다. 일의 긴장과 휴식의 이완, 관계 속 거리 두기와 다가섬, 개인의 시간과 공동체의 시간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삶은 건강한 호흡을 유지한다. 긴 명절 이후의 복귀는 단순한 재가동이 아니라, 깨진 균형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다.
명절 증후군을 이겨내는 방법 몇 가지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첫째, 일상으로의 복귀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갑자기 100% 복귀하려 하지 말고 하루정도 일찍 복귀를 준비한다. 둘째, 작은 루틴을 회복하자. 일정한 기상 시간, 가벼운 운동, 규칙적인 식사로 생체리듬을 다시 세워야 한다. 셋째, 감정을 비워내자. 명절 동안 쌓인 서운함과 피로를 글로 쓰거나, 믿을 만한 사람과 나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진다.
아침 10분 명상, 저녁 산책, 감사 일기 한 줄. 이 작은 습관들이 삶의 리듬을 회복시킨다. 삶은 거창한 결심보다 지속 가능한 습관이 만든다. 긴 연휴를 지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지금, 우리 모두는 조금의 피로와 아쉬움을 품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새로움의 씨앗이 숨어 있다.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연휴의 끝이 아니라, 잠시 멈췄던 삶의 리듬을 다시 세우는 새로운 출발이다. 오늘의 평범한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회복이자 균형 잡힌 삶이 아닐까?
독일 출신의 소설가·시인 헤르만 헤세는'데미안'과 '싯다르타'를 통해 인간의 내면 성장과 삶의 의미를 깊이 탐구했다. 그는 "행복은 특별한 날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날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에서 자라난다."고 강조했다. 진짜 행복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 진주처럼 놓여있다는 격언을 공유하고 싶다. 재충전된 몸과 마음으로 다시 힘차게 일상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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