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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체험, 영남이가 간다] 죽음 뒤, 삶의 마지막 흔적을 치우는 사람들

2025-10-12 16:20

<2> 유품정리 특수청소업체

2일 오전 대구 수성구 한 빌라에서 영남일보 기자와 특수청소 업체 직원들이 고독사 현장을 청소하고 있다.
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2일 오전 대구 수성구 한 빌라에서 영남일보 기자와 특수청소 업체 직원들이 고독사 현장을 청소하고 있다. 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2일 오전 대구 수성구 한 빌라에서 영남일보 기자와 특수청소 업체 직원들이 고독사 현장을 청소하고 있다.
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2일 오전 대구 수성구 한 빌라에서 영남일보 기자와 특수청소 업체 직원들이 고독사 현장을 청소하고 있다. 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지난 2일 오전 8시쯤 대구 수성구 만촌동의 한 빌라 앞. 박스와 대형 마대자루, 청소도구를 든 다섯 명이 모였다. 사흘 전 홀로 세상을 떠난 70대 남성 A씨의 자택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본보 '영남이(취재진)'가 이날 특수청소업체의 일원으로 동행했다.


◆"집을 보면 고인의 인생이 보인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자마자 생전 처음 맡아보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전날 특수청소 영상을 여러 편 보며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착각이었다. 집 안에 발을 들이자 곧바로 구역질이 났다. 한걸음씩 옮길 때마다 속이 울렁거렸다.


이를 지켜본 특수청소업체 김도준(57) 대표는 "오늘 현장은 고인이 돌아가신 지 사흘밖에 안 된 집이라 냄새 수위로 치면 10단계 중 3단계 쯤"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마스크조차 쓰지 않았지만, 영남이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서야 겨우 버틸 수 있었다.


집에 들어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겉옷 위에 방진복을 입는 것이다. 밖에서 작업복을 입고 들어오면 주민의 시선을 끌 수 있어서다. 건물주 등 의뢰인도 고독사나 자살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길 원치 않는다. 특수청소가 사람들이 본격적인 하루를 시작하기 전인 오전 8시에 이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수청소는 소독→청소→마무리 소독 세 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집 안 전체를 소독했다. 단순히 악취를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시신 부패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균과 곰팡이를 차단해 작업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절차다. 영남이가 찾은 날도 본격적인 청소가 이뤄지는 때였다.


현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바닥에 번져 있던 끈적한 초록빛 액체였다. 두툼한 카펫을 깔아놨지만, 카펫이 닿지 못한 바닥 곳곳에 액체가 흘러나와 있었다. 사망 뒤 하루쯤 지나면 장기가 부패하며 체액이 생긴다. 악취의 주원인이기도 하다.


특수청소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버릴 물건과 남길 물건을 분류하는 것이다. 옷은 상자에, 냉장고 음식은 봉투에 담는다. 기계적으로 손을 움직여야 했다. 그러나 채 먹지 못한 밥솥의 밥, 고인이 손수 표로 만들어 정리해둔 갚지 못한 빚 내역, 200장이 넘는 사진 뭉치를 마주했을 땐 손이 순간 멈칫했다.


고인은 30년째 가족과 단절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집 안 어디에서도 가족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사진 속에도 독사진이나 등산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찍은 것 뿐이었다. 김 대표는 "집을 보면 고인이 살아온 인생이 한눈에 보인다"며 "약 봉투, 수첩, 사진 같은 것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고 했다.


◆그을음처럼 남는 악취…도배는 필수


청소는 오전 8시에 시작해 오후 2시까지 이어졌다. 대형 마대자루 30개와 박스 12개 분량의 폐기물이 쏟아졌다. 통상 고독사의 경우, 유족과 연락이 닿지 않으면 유품은 업체가 30일간 보관한 뒤 처리한다.


쓰레기와 유품 정리가 끝난 후엔 악취 제거작업을 했다. 마지막 절차다. 흔히 환기를 하면 냄새가 빠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시신 부패 냄새는 결코 그렇지 않다. 김 대표는 "이 냄새는 '그을음'처럼 벽에 달라붙어 흔적을 남긴다. 환기만으론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도배를 새로 해야 한다"고 했다.


특수청소 비용은 집의 크기와 폐기물 양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최소 50만원에서 많게는 400만원까지. 생전 저장강박증을 앓았던 고인의 44㎡(13평) 투룸에선 무려 4t 가량의 폐기물이 나왔다. 청소비만 250만원에 달했다.


23년간 장례지도사로 일하다 6년 전 특수청소업체를 세운 김 대표는 "고인 유품 정리는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며 "고독사·자살로 인한 의뢰가 주 2~3건은 꾸준히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 가보면 저장강박증이나 우울증으로 어려움을 겪던 분들이 많다"며 "생전에 조금만 도움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싶지만, 현실에서 지자체의 손길은 이곳까지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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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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