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승완 유메타랩 대표
최근 인터넷이라는 신기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월드 와이드 웹(WWW)이 정보화 시대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지만, 과연 이 열풍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우선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 인터넷을 이용하려면 수백만 원대의 컴퓨터를 구입해야 하고, 매달 수만 원의 통신 요금을 감당해야 한다. 일반 가정이 이런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인터넷을 사용할 만한 실질적 가치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기술적 한계도 명확하다. 사진 하나 전송받는 데 5분이 걸리고, 접속은 수시로 끊기며, 한글 인코딩 문제로 글자가 깨져 나타나기 일쑤다.
더욱이 Y2K 문제가 코앞에 닥쳐있는 상황에서 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정보의 신뢰성 문제도 심각하다. 인터넷상의 자료들은 출처가 불분명하고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대부분이다. 대학생이 취미로 만든 홈페이지와 전문가의 연구 자료를 구별할 방법이 없다. 일부 미래학자들은 30년 후 모바일 인터넷, 인공지능과의 대화, 가상 회의, 가전제품의 네트워크 연결 같은 황당한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하지만 이는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잠깐, 방금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이미 인터넷이 일상화된 2025년에 무슨 황당한 소리냐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는 1990년대 후반, 실제로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진지하게 논의되던 내용이다. 당시 많은 이들이 인터넷을 '일시적 유행'이나 '거품'으로 치부했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때는 이런 회의론이 정점에 달했고, "역시 우리가 맞았다"고 자축하는 목소리가 넘쳐났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길거리에서 인터넷을 하고, 화상회의로 일하며, 냉장고가 우유를 주문한다. 인터넷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게 됐다. 요즘 AI에 대한 비판을 들어보자. "너무 비싸다" "환각 현상으로 신뢰할 수 없다" "일자리를 파괴할 것이다" "거품에 불과하다". 비슷하지 않은가?
심지어 논리 구조까지 똑같다. 기술적 한계를 지적하고, 비용 대비 효용을 의심하며, 인간성 파괴를 우려하고, 미래 예측을 비판한다. 물론 건전한 비판과 우려는 필요하다. 세기말 인터넷 회의론자들이 지적한 문제들, 디지털 격차, 가짜 뉴스, 프라이버시 침해, 중독 문제는 실제로 우리가 직면한 과제가 됐다.
하지만 그들이 놓친 것은 기술이 진화한다는 사실이다. 28.8k 모뎀은 5G가 됐고, 깨지던 한글은 유니코드로 해결됐으며, 5분 걸리던 사진 로딩은 실시간 4K 스트리밍이 됐다. AI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의 환각 현상, 높은 비용, 윤리적 문제들은 분명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이것이 AI 자체가 무용하다는 증거는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이번엔 다르다"며 회의론을 펼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인쇄술, 증기기관, 전기, 자동차, 비행기, 텔레비전, 컴퓨터, 인터넷 그리고 이제 AI. 25년 전 "인터넷은 거품"이라고 확신했던 전문가들의 예측이 얼마나 틀렸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지금 AI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25년 후엔 비슷하게 평가받지 않을까? 기술 혁명의 역사는 반복된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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