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부터 이틀간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인근 대구의 표정은 울상이다. APEC 관계자들의 방문이 극히 적어 '낙수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부산시와 달리 APEC 대비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면에 관련기사
15일 대구시에 따르면 APEC 기간 대구에서는 별다른 일정이 없다. 외교부 주관 국가행사인 데다 관할 광역단체가 경북도여서 대구시는 APEC 전담 부서 신설 등의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다만 도시철도 3호선 APEC홍보열차 운행과 개최 시기에 맞춘 '대구관광 이벤트', APEC과 연계한 '판타지아 대구페스타', SNS상의 APEC 기념 댓글 이벤트 등을 진행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세계적인 행사인 만큼 대구시도 적극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싶었으나, 외교부가 추진하는 것이다 보니 제약이 있었다"며 "경주와 가까운 거리라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인접 지역인 만큼 내외국인 방문객에게 대구의 관광을 알리고자 여러 이벤트를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선 대구는 APEC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고, 행사 특성상 지자체 역할에도 한계가 있다는 등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특히 호텔·관광 업계 등에선 적극적으로 준비한 부산시와 대조적인 모습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 투숙객 수 등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는 연초부터 APEC 낙수효과를 기대하며 외교부와 적극 소통에 나서고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시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경주 인근의 가장 큰 도시'임을 강조하며 숙박시설 홍보에 적극 나선 결과, 해운대·기장 등 일부 특급호텔은 주요 기업 CEO들의 투숙 예약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는 또 각국 정상의 방문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관광프로그램을 마련해 홍보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세계 정상들이 최고의 시설을 갖춘 부산 숙박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외교부에 적극적으로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외교부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서로의 필요조건이 맞았던 것 같다"며 "부산경찰청 및 유관기관과도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는 만큼, APEC이 마무리될 때까지 협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동성로에서 만난 20대 대학원생은 "APEC 개최에 따른 경제효과가 7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소식을 접했다"며 "하지만 이 행사에서 대구라는 도시의 존재감이 너무 없는 것 같다. 부산이나 울산보다 존재감이 미약하다. 대구지역 낙수효과는 없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반면 40대 한 시민은 "APEC 같은 국제행사는 기본적으로 정부(외교부)에서 컨트롤하기 때문에 아무리 대구가 경주와 가까워도 역할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노진실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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