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캄보디아 소재 범죄조직에 납치·살해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캄보디아인에 대한 혐오 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한국에 거주하는 캄보디아인들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급속히 확산 중이다. '교육 못 받아서 미개하다' '못사는 나라' 등 캄보디아에 대한 허위정보나 혐오표현이 SNS로 퍼지고 있다. "캄보디아 쓰레기통에서 수많은 여행객 여권이 나왔다" "캄보디아에 가면 납치돼 노예생활하고 암매장 당한다"는 등 출처를 알 수 없는 괴담도 잇따른다. 베트남, 태국 등 인접국을 갔다가 캄보디아로 인신매매 당하는 사례 등이 보도되면서 부정적 인식이 동남아시아 국가 전반으로까지 퍼지는 모양새다.
한국을 찾거나 거주하는 캄보디아인은 매년 증가세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캄보디아인은 4만8천여명에 이른다. 한국에 사는 캄보디아인 수도 2020년 4만1천여명에서 2024년 6만3천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으로나 다른 측면에서 기여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범죄가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캄보디아인에 대한 혐오로 이어져선 안된다. 이번 사건이 중대한 범죄는 분명하지만, 그것이 그 나라와 국민을 혐오하는 이유가 될 순 없다.
최근 반(反)중, 반미 등 외국인 혐오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 성향을 띤 몇몇 강성 단체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집회,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외국인 관광객 3천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혐오 정서가 확산할 경우 대한민국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캄보디아 납치 사건이 행여 외국인 혐오 여론에 기름을 부을까 우려되는 이유다.

논설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