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새마을문고 대구서구원대동분회 회장
요즘 뉴스를 보면 '내 집 마련'이 인생의 가장 큰 목표처럼 여겨진다. 젊은 세대는 빚을 내서라도 내 집을 사고, 부모 세대는 자녀에게 집 한 채라도 물려주기 위해 평생을 일한다. 그러나 정작 그 집 안에서 가족이 함께 웃을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집이 커질수록 마음의 거리는 멀어지는 아이러니한 현실 속에서, 매슈 토머스의 '물 위의 집'은 바로 그 모순을 섬세하게 비춘다.
이 책의 주인공 에일린의 삶은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미국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녀는 부모 세대의 가난과 편견을 딛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간호사로 일하던 그녀는 학자이자 교수인 에드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대한 불안과 더 나은 환경에 대한 욕망은 그녀를 끊임없이 조급하게 만들었다. 아들이 사춘기에 접어들자,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라며 무리를 감수하고 결국 퀸즈의 큰 집을 마련했다.
그녀는 그 집이 평안과 안식의 상징이 되어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인생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남편 에드가 쉰 살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것이다. 기억을 잃어가는 남편을 지켜보는 일은 고통 그 자체였다. 에일린은 간호사 일을 이어가며 병원비와 대출금을 감당했고, 아들 코넬은 부모 곁을 지키며 성장해갔다. 가족의 헌신은 애달프지만 아름다웠다. 그러나 병은 끝내 남편의 생명을 앗아갔고, 에일린은 깊은 상실 속에서 비로소 진실을 깨닫는다.
그녀가 그토록 원했던 '완벽한 집'은 사실 사랑과 온기가 사라진 텅 빈 공간이었다. 진정한 집은 벽과 지붕이 아니라, 그 안을 채우는 사람들의 마음에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이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더 큰 집을 갖기 위해 평생을 바치지만, 그 안에서 정작 행복하지 않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달려온 것일까.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마음의 평화가 사라진다면, 그 집은 제목처럼 '물 위의 집', 언제든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위태로운 집일 뿐이다.
집이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온기로 완성되는 곳이다. 아무리 작은 집이라도 웃음과 대화가 흐른다면 그것이 진정한 보금자리일 것이다. '물 위의 집'은 그 소중한 진리를 잊지 말라고 조용히 일러준다. 우리의 집이 따뜻한 온기와 평화로 채워지길,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며 안심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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