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모토로라의 휴대폰 '스타텍'은 당시 젊은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었던 선망의 대상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데다 지금의 삼성전자 Z플립과 비슷한 폴더블 형태로, 한마디로 '간지' 그 자체라는 평가를 받으며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모토로라는 휴대폰을 세계 최초로 개발, 상용화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2010년까지 휴대폰 판매량 세계 1위를 점유했으며, 당시 무선통신 분야에선 '모토로라가 정하면 법이 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 영향력이 막강했다. 하지만 기술력을 너무 과신한 나머지, 디지털 시대 대비에 소홀한 탓에 '신생아' 애플에 밀려 시장의 뒤안길로 내몰리게 됐다.
인수합병 등 우여곡절을 겪은 모토로라가 최근 왕년의 이름값을 조금이나마 되찾는 모양새다. 지난 4월 절치부심하고 내놓은 폴더블 형태의 '레이저 60'이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 덕분에 모토로라의 올 2분기 세계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은 28%로, 중국 화웨이(45%)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점유율이 21.9%에서 9.0%로 줄어든 삼성전자를 압도했다. 비결은 뛰어난 가성비다. '레이저 60' 가격은 699달러로, 삼성전자의 Z플립7(1천99달러)보다 400달러 저렴했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저격한 결과다.
모토로라는 이 여세를 몰아 주력 시장인 슬립폰에도 도전장을 던졌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가성비만으론 삼성전자나 애플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기술 변혁의 흐름을 놓친다면 시대에 뒤처지는 세상, 모토로라가 좋은 반면교사(反面敎師)다. 윤철희 수석논설위원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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