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국빈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세계 질서를 좌우하는 두 정상의 재회가 한국에서 6년 4개월 만에 성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정상회담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를 맞은 이후 양국 정상 간 첫 대면으로,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 4개월여 만이다.
이날 회담은 양국 고위 당국자들이 배석한 확대 회담 형식으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양국 국기가 나란히 놓인 회담장 입구에서 악수하며 재회의 인사를 건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만나게 돼서 반갑다"고 했고, 시 주석은 "나도 그렇다"고 응수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매우 성공적인 회담을 할 것이며,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며 시 주석을 "매우 강경한 협상가"라고 평했다. "그건 좋지 않다"고 농담을 덧붙이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경주 힐튼호텔에서 전용 리무진 '더비스트'를 타고 인근 헬기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와 한미정상회담 참석 등을 위해 방한한 뒤 경주에서 1박 2일 일정을 소화했다. 연합뉴스
회담 장소를 옮긴 뒤 이어진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정말 오랜 기간 내 친구였던 이"라고 칭하면서 "매우 기품있고 존경받는 중국 주석"이라며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우리는 이미 많은 것에 합의했고 앞으로도 더 많은 것에 합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시 주석은 위대한 나라의 위대한 지도자이며, 우리는 오랫동안 환상적인 관계를 가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여러 바람과 역풍, 도전과제가 있어도 미중 관계는 올바른 길을 향해 동일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고, "국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정상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미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으며, 미중은 친구가 돼야 한다"며 "중국의 발전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비전과도 함께 간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평화에 진심이고, 세계 여러 핫스팟에 대해 관심이 지대하다"며 가자지구 전쟁 휴전 도출, 태국-캄보디아 국경 합의 등을 언급했다. "중국도 캄보디아-태국 간 국경 문제 해결에 나름대로 역할을 해왔다"며 "중국과 미국은 세계 대국으로서 전 세계 사안에 대해 큰 책임을 지고 있는 두 국가"라고 말했다. 이어 "양국과 세계에 중요한 사안들을 위해 오늘 좋은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이후 비공개 회담으로 전환했다. 현재 초고율 관세 유예 조치의 연장 여부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100% 추가관세 등 민감한 경제 현안들이 의제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펜타닐 관세' 20%를 10%로 낮추는 방안과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재개는 최근 미국 언론을 통해 실현 가능성이 제기됐다.
서민지
디지털콘텐츠팀 서민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