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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싱커페이션

2025-11-06 08:23

싱커페이션(syncopation)은 음악용어다. 한 마디 안에서 센박과 여린박이 뒤바뀌는 것으로, 여린박에 강세를 놓거나 센박을 연장하거나 붙임줄로 다음 머리에 연결해 만든다. 즉 강박이 강하지 않고 약박이 강세를 갖는 현상을 말한다. 재즈, 팝, 록 등 여러 장르에서 사용된다.


리듬 흐름에 변화를 주어 창의성과 다양성을 고양하고 긴장감과 흥미를 높이려는 의도일 텐데, 정작 싱커페이션이 절실한 분야는 정치 쪽이 아닐까 싶다. 예컨대 진보정권이 보수정권 같은 정책 기조를 시도하고 관철한다면 그게 바로 국정운영의 싱커페이션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취임사에서 '유연한 실용주의'를 강조하며 싱커페이션 의지를 내비쳤다.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구분 없이 쓰겠다"고 했다. 경주 한일정상회담에서도 이 대통령은 스쿠버다이빙, 오토바이 라이딩 같은 다카이치 총리의 역동적 취미활동을 추어올리며 유화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친미·친일·친중 다해야 한다. 더욱이 북·러·중 밀착, 다자무역 파편화로 동북아 안보·경제지형이 급변하는 혼돈의 시대다. 이념만 따지며 피아(彼我)를 구분할 계제가 아니다. 실리 없는 과거사에 집착할 이유도 없다.


100달러짜리 지폐에 그려진 서사만으로도 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 벤자민 프랭클린. 그는 실용주의자다. 출판업자, 과학자, 외교관, 정치가, 교육자이며 펜실베이니아대(大) 설립자이기도 하다. 프랭클린의 실용주의 철학에 따라 펜실베이니아는 신학보다 과학, 라틴어보다 영어, 교리보다 실천을 가르쳤다. 그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두 거물이 지금 세계를 농락하듯 좌지우지한다. 한 명은 트럼프 대통령, 또 한 명은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다.


약탈적 관세로 자유무역질서를 교란했음에도 우린 트럼프의 환심을 사야할 처지다. APEC 때 신라 금관 모형을 선물한 이유다. 왕이 되고 싶어 하는 남자, 유난히 황금에 집착하는 트럼프의 취향을 저격했다. 금관 효과였을까. 트럼프는 이 대통령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요청을 하루 만에 승인했다. 30년 안보 숙원을 진보정권이 성사시켰으니 싱커페이션 사례다. 실익 위주로 펼쳤던 한미 관세협상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차분하게 준비한 협상팀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많은 정책 싱커페이션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시장친화적 진보정권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부동산 정책에선 공급을 우선하며,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탈원전 기조는 폐기하는 게 낫겠다. 기업규제 파격 완화, 연구개발직 주 52시간 예외, 시장의 자율조정 기능 신뢰도 싱커페이션에 부합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달 고리 원전 2호기의 수명 연장 결정을 또 유보했다. 탈원전 이념에 박제돼 AI 시대의 폭증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후환을 남길지 모른다.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2호기는 2023년 40년의 설계수명이 만료되면서 가동이 중단됐다. 미국의 원전 설계수명 역시 40년이지만 최대 80년까지 연장한다.


국민의힘엔 좌클릭을 주문하고 싶다. 민생 진작을 위한 소비쿠폰을 현금 살포로 비하하지 않고, 집값을 잡기 위한 대출 규제에 역정내지 않으며, 때론 분배 정책에 방점을 찍는 따뜻한 보수정당은 어떤가. 국힘의 싱커페이션은 필시 중도층 흡인력을 높이고 여야 대립각을 누그러뜨릴 것이다. 싱커페이션이 4류 정치를 업그레이드할 키워드일 수 있다. 논설위원



리듬 변화 주어 다양성 고양


정치·정책 싱커페이션 절실


이재명 취임사에 의지 비쳐


시장친화적 진보정권 기대


국민의힘은 좌클릭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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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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