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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가을이 짧으면 겨울이 길다

2025-11-10 06:00
박순진 대구대 총장

박순진 대구대 총장

갑자기 가을이 왔다. 요 며칠 동안 아침에는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안개가 자욱하다. 기온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이번 여름 기후는 대단했다. 유난히 무더운 날이 길게 이어졌고 극한 호우가 집중되어 큰 피해를 주기도 했다. 끝나지 않을 듯하던 여름이 물러났다. 계절의 섭리는 어김이 없다. 낮의 길이가 현저하게 짧아지고 빠르게 해가 저문다. 이렇게 가을이 오는 것이야 정한 이치겠으나 계절이 바뀌어 가는 모습은 예전 같지 않다. 가을을 앞두고 연례행사처럼 불어오던 태풍을 피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다고 배웠으나 그 말이 무색해진 지도 오래다. 단풍이 미처 시작도 하기 전에 날씨가 급변하기 시작한다. 여름내 푸르던 나뭇잎이 미처 가을 색을 띠기도 전에 아침저녁 기온이 초겨울 마냥 차가워졌다. 갑작스러운 추위를 견디지 못한 나뭇잎이 말라가면서 떨어진다. 올해 단풍은 예년과 달리 화려하지 않겠거니 생각하며 기대를 접는다. 그래도 가을은 가을이다. 한 주간을 지나면서 거리의 은행나무가 제법 노란색으로 물들어간다. 만산이 울긋불긋하게 물들어가니 주말에는 행락객으로 제법 길이 붐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도회지의 삶은 계절의 변화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 하지만 갑자기 큰 폭으로 떨어진 기온이 사람들의 옷차림을 한순간에 바꾸었다. 도시인들은 바쁘게 겨울옷을 꺼내 입는다.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를 두른 사람들이 종종걸음으로 출퇴근하는 모습이 TV 화면에 등장하였다. 여름옷은 미처 정리하지 못했고 가을옷은 장롱에서 꺼내기도 전에 계절이 겨울로 직행할 태세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가을옷은 건너뛰어야 할 것 같다.


도시와 달리 농촌은 가을걷이로 바쁘다. 가을은 힘든 노동으로 일군 풍요로움과 자연이 베푼 넉넉함에 감사하는 계절이다. 도심을 벗어나 보면 도시인들이 행락에 바쁜 이맘때가 농촌은 한창 바쁜 때다. 한편에서는 수확으로 바쁜 시기이면서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다시 씨앗을 뿌리고 있다. 주말 사이 강변길을 걷다 보니 수확을 마친 논밭에 씨 뿌리고 모종 심는 농부의 손길이 바쁘다. 갈대가 우거져 가을 기운이 완연한 산책로 한편의 양지뜸에 파릇파릇 식물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가을에도 풀이 자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가을이 되면 문득 한 해가 저물어 가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이제 벽에 걸린 달력도 달랑 두 장만 남았다. 새롭게 길을 나서는 출발점에서는 목적지가 멀게 느껴지고 시간도 충분히 남았다고들 생각하는데, 반환점을 돌고 나면 시간이 빨라지기 마련이다. 지금은 반환점을 돌아선 지도 오래되었다. 시간이 빨라지면 마음도 덩달아 다급해진다. 늘 그렇듯이 되돌아오는 길은 같은 거리라도 더 빨리 오는 느낌이다. 봄이 짧으면 여름이 길고 가을이 짧으면 겨울이 길다. 차분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가을은 오는 듯하다 지나갈 것이다.


바야흐로 겨울을 준비할 때다. 예전 같지 않은 것은 가을이 짧아진 계절의 변화만도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급하게 겨울로 이행하는 느낌이다. 돌이켜 보면 국내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전례 없는 격변과 혼돈이 많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미래가 어떨지 명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절대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어쩌면 어느 때보다 변덕스럽고 긴 겨울이 올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힘든 시절을 견뎌낼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질 때다. 비상한 각오로 다가올 긴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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