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SPA 브랜드 '무신사'를 알게 된 것은 아들 때문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무신사의 찐 단골이 된 아들이 가성비 좋은 옷으로 무신사를 엄지 척 했다. 2년 전 '무신사 스탠다드'가 대구 동성로에 들어서자 나를 기어이 끌고 갔다. 인터넷으로 사던 무신사 옷을 매장에서 직접 판매하니 '어머니도 한번 사 봐라'는 의미였다.
매장을 돌아보니 젊은 층이 좋아할 만했다. 최신 유행 디자인의 옷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됐다. 매장 규모도 상당히 커서 옷은 물론 신발, 모자 등 패션 소품까지 한자리에서 쇼핑할 수 있었다. 무신사 스탠다드 동성로점 개점 때 오픈 런 행렬이 이어졌던 이유가 절로 이해됐다.
SPA 브랜드는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한 회사가 직접 맡아서 판매하는 의류 브랜드를 뜻한다. 자체 개발한 의류를 판매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하면 된다. 국내에서는 무신사 스탠다드가 널리 알려졌지만, 톱텐(TOPTEN), 스파오(SPAO) 등 국내 SPA 브랜드의 인기도 상당히 높다. 유니클로를 비롯해 자라(ZARA), H&M 등 해외 SPA 브랜드도 구매층이 탄탄하다.
대구시가 이른바 '대구표 무신사'와 같은 SPA 브랜드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역 싱크 탱크인 대구정책연구원은 대구의 섬유 패션산업 르네상스를 위해 SPA 브랜드 개발을 제안했다. 이에 대구시는 물론 섬유패션업계와 연구기관, 학계가 모두 적극 동참하겠다고 나섰다. 섬유패션 관련 업계와 학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을 통해 조만간 구체적인 추진 계획도 마련할 방침이다. 대구 하면 '섬유산업' '패션산업'을 떠올릴 정도로 저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SPA 브랜드 개발에 나서는 데 대한 아쉬움이 들지만 환영할 일이다.
대구는 원단 제조는 물론 패션디자인 측면에서도 역량이 충분하다. 대구의 섬유업체들은 이미 세계 최대 SPA 브랜드인 자라, H&M, 망고 등에 원단을 직수출하고 있다. 특히 패션업계의 새로운 흐름인 친환경 리사이클 의류에 '대구산 원단'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큰 경쟁력을 가진다. 일부 업체는 자라의 글로벌 원단 공급처 '톱 10'에 들어갈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대구산 원단은 중국산보다 가격대가 다소 높지만, 염색기술 등에서 이들 SPA 브랜드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품질 좋은 원단에 역량 있는 패션디자이너들도 많으니 인기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것은 시간 문제다. 대구는 이미 '도호' '메지스' 등 전국적인 명성의 브랜드를 다양하게 가진 패션 도시다. 역량 있는 신진디자이너들도 속속 배출되어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외연을 확장해가고 있다.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패션디자인 기획과 생산 능력을 갖췄으니 이를 홍보하고 유통할 체계만 탄탄히 마련된다면 대구형 무신사, 유니클로 탄생도 충분히 가능하다.
오랫동안 침체에 빠져있던 대구지역 섬유 패션산업에 모처럼 희망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섬유 패션산업은 시대를 초월해 시장이 존재하는 분야다. 우리가 어떤 상품을 연구 및 개발 하느냐에 따라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수 있는,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다. 지속적인 기술 개발, 설비 투자 등이 바탕이 된다면 섬유 패션산업의 부흥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루빨리 대구산 SPA 브랜드가 나오길 기대한다. 김수영 논설위원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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