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1111021587564

영남일보TV

  • 이건희 기증 석조물 257점 공개, ‘모두의 정원’ 개방

[돌직구 핵직구] 정의와 공정이 무너지는 대한민국

2025-11-12 06:00
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정의는 국가 형성의 전제 조건이자 국정 운영의 근본 원리이다. 플라톤은 "통치자가 국민 전체의 행복을 위할 때 정의로운 국가가 된다"고 했다.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국가란 인간의 행복을 위한 공동체"이고 "정의가 국가의 질서를 유지해준다"고 선언했다. 그리스 정치철학을 재해석한 마이클 샌델은 정의를 세 가지 관점에서 규명했다. 즉 공리주의(행복의 극대화), 자유주의(자유 존중), 공동체주의(공동선 추구) 입장에서 정의를 해석했다. 결론으로 시민들의 덕성 함양과 공동선의 추구를 정의라고 주장했다. 현대판 '정의론'의 저자 존 롤스는 정의의 두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하나는 '평등한 자유의 원칙'으로 모든 국민은 자유를 누릴 평등한 권리가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차등의 원칙'으로 불평등이 허용되나 최소 수혜자의 이익이 우선되어야 한다. 장황하게 정의론을 꺼내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구성과 운영 방향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약 65%가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불공정하다고 응답했다.


먼저 정치적 정의가 무너지고 있다. 정치는 옳고 그름의 근본적인 가치를 판단하는 일이다. 온통 진영 논리가 작동하고, '내로남불'이 횡행한다. 정치의 기본인 인사에도 편협한 부족주의로 일관한다. 국무총리와 장관들, 대통령비서실장과 핵심 참모들도 측근들로 구축했다. 권력의 운영 원리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최근 검찰의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는 어떤 논리와 변명도 구차하다. 그리스의 소피스트 트라시마코스의 '정의는 강자의 이익일 뿐'이라는 왜곡된 정의관의 현실태이다. 정치의 목적인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정치의 정당성, 통치의 합법성, 인간적 양심마저 무너지고 있다.


둘째 경제적 정의도 악화되고 있다. 공정한 생산과 분배가 이뤄지지 않아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자산의 양극화, 소득의 양극화가 심각하다. 소득의 상하 10분위 차이는 7배에 이른다. 자산의 양극화는 더욱 심각한데 상위 10%가 대한민국 자산의 44.4%를 소유하고 있다. 사회의 중심인 중산층이 붕괴되고 있다. 2023년 한 조사에 따르면 본인이 중산층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2%에 불과했다. 하류층이라는 응답이 무려 41.7%에 달했다. 현재의 불평등도 문제이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도 크지 않다. '계층 이동이 불가능하다'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없는 나라'라고 응답한 비율이 70%가 넘는다. 특히 20·30 세대 절반 이상이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 비전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응답했다.


사회적 정의도 무너지고 있다.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권리와 책임, 기회와 자원이 공정하게 배분되지 않고 있다. 출신과 배경에 관계없이 평등한 기회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현실은 '부익부 빈익부'의 부의 대물림, 기득권의 불공정한 기회가 가속화되고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가 일상화되고 있다. 성공 제일주의, 물질 절대주의, 극단적 이기주의가 사회의 기본 원리가 되었다. 특히 서민과 사회적 약자의 인간 존엄성이 무너지고 사회는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되고 있다.


왜 우리 국민이 유독 정의에 관심이 많고 공정에 예민할까? '땀 흘려 노력하는 사람이 잘 사는 사회'를 바라기 때문이다. 개인의 행복, 사회적 통합, 국가의 지속가능성은 하나의 원이다. 세계를 휩쓰는 한류의 큰 흐름 뒤에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정의'가 바로 서는 일류 대한민국의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