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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의 경영으로 읽는 세상 이야기] 노벨경제학상이 던진 경고, 혁신이 멈춘 한국경제

2025-11-12 06:00
서민교 대구대 명예교수·(전)총장직무대행

서민교 대구대 명예교수·(전)총장직무대행

IMF는 올해 한국경제의 성장률을 0.9%로 전망했다. 이제 '제로(0) 성장'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고착화의 조짐을 보인다. 잠재성장률은 2% 수준, OECD는 내년에 1%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저성장의 그늘이 짙어지는 가운데, 올해 노벨경제학상이 우리 경제에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조엘 모키어, 필리프 아기옹, 피터 하윗 세 학자가 수상했다. 이들은 창조적 파괴라는 기업가의 혁신이 자본주의를 이끄는 힘이라고 본 슘페터의 이론을 역사적 분석과 수학적 모델로 입증했다. 경제사학자인 모키어는 기술 진보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끈다고 분석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문화와 제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역사적으로 입증했다. 아기옹과 하윗은 슘페터의 이론을 수학적 모델로 발전시켜, 혁신이 새로운 기업의 등장과 기존 기업의 대체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경쟁적 순환임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단순한 자본 축적이 아니라, 혁신을 촉진하는 제도적 환경과 경쟁 구조가 성장의 지속성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통찰은 오늘날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에 깊은 울림을 준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수출 주도형 성장모델의 한계가 드러난 지금, '혁신 주도 성장'만이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이끌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정부는 '혁신과 성장'을 외치지만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를 압도하고 선거에서 표를 겨냥한 포퓰리즘이 경제정책을 잠식하고 있다.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각종 규제와 반시장적 입법은 혁신의 숨통을 죄고 있다. 혁신보다 안전한 모방을 택하는 기업문화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그리고 도전보다 규제를 앞세우는 문화적·제도적 환경에서는 혁신과 창조적 파괴는 불가능하다.


그러면, 어떻게 '혁신 주도 성장'으로 전환할 것인가? 혁신은 구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제도를 고치고 문화를 바꿔야 한다. 정부는 혁신을 가로막는 제도와 규제를 과감히 개혁하고, 기업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실패를 용인하고, 경쟁과 도전을 장려하는 문화가 절실하다. 기술 그 자체보다도 혁신을 지속시키는 제도와 문화가 성장의 핵심 동력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이 우리에게 주는 질문은 분명하다. '한국은 혁신과 창조적 파괴를 두려워하는가, 아니면 그것을 통해 다시 도약할 것인가?' 지금이야말로 그 답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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