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흩날리는 가을이 되면 자연스럽게 최양숙의 '가을편지'가 떠오른다. 윤도현의 '가을우체국 앞에서',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도 흥얼거리게 된다. 이젠 가을철 시즌송이 됐다. 이 때문일까. 가을에는 왠지 그리운 이에게 편지 한 장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편지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일본 영화감독 이와이 순지가 연출한 1995년 영화 '러브레터'다. 한국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일본 홋카이도 오타루시(市)의 설원을 배경으로 빼어난 영상미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영화다. 잊어버리고 살았던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아픔이 편지 한 통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처럼 편지는 추억을 되새기게 하고 바쁜 삶에 쉬어가는 여유를 준다.
SNS, 스마트폰 메신저, 전자우편 등의 발전으로 편지는 점점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40대 이상이라면 편지에 대한 향수가 있을 것이다. 편지를 쓰는 이에게 우표는 필수품이었다. 지금처럼 SNS나 전자우편이 없던 시절에 편지와 엽서가 글을 전하는 주요 수단이었다. 우표 수집을 취미로 즐기던 이들도 많았다.
디지털 통신·결제수단 이용이 보편화하면서 우표 사용 급감으로 수천만 장의 재고가 쌓여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우표 누적 재고량이 약 2천800만 장에 이른다. 일반 우표 판매량은 2020년 2천41만 장에서 2024년 1천143만 장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발행량도 같은 기간 2천777만 장에서 1천64만 장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이젠 편지나 엽서가 주요 통신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때론 우편으로 차분히 소통하던 시절이 그립다.
김수영 논설위원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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