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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칼럼] 흔들리는 방패

2025-11-14 06:00
이재윤 논설위원

이재윤 논설위원

영화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어벤져스 시리즈에 공히 등장하는 기물이 있다. 방패다. 슈퍼히어로 캡틴 아메리카의 상징이다. 물리학 법칙을 거부하는, 어떤 병기도 작은 흠집조차 내지 못하는 극강의 방호무기다. '방패'는 악과 싸우는 미국의 심볼이다. 2년 주기로 태평양 일원에서 열리는 미국의 최대 규모 워게임을 '용감한 방패 훈련'이라 명명한다. 한·미 양국이 대구경북 일원에서 매년 진행하는 대규모 연합훈련도 '자유의 방패'라 칭한다. 대한민국 해군 창설 80주년을 맞은 나흘 전(10일) 포항 앞바다에 최정예 이지스 구축함 3척이 처음으로 동시 기동훈련에 나섰다. 해군은 이를 '신의 방패'라 불렀다.


요즘 미국의 동맹국들에 동시다발로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국방력 강화다. 왜 이런 일이 분주히 일어날까. 미국의 방패가 흔들리고 있다. 세계 경찰로서의 미국의 역할에 동맹국들이 보내온 전폭적인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전통의 동맹국조차 미국이 더 이상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군사력 강화를 모색하며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대놓고 맞설 엄두는 못 낸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문열 소설)의 급장 엄석대가 장악한 '엄석대 왕국'처럼 우리가 사는 오늘도 여전히 엄석대의 '5학년 2반' 같다. 굴복과 굴종의 대가로 얻은 잠시의 안락. 굴욕의 시대다. 그걸 '실용'이라 부르며 위안 삼는다.


사흘 전 트럼프의 발언은 그의 진심이다. "중국보다 동맹이 무역에서 우리를 더 이용했다. (동맹국들은)친구 아냐." 우방은 절감했다. 미국 의존도가 크면 클수록 관세 압박에 더 취약해진 자신을 발견했다. 이러한 각성은 '자강 의식'을 환기했다. 스스로 지킬 힘이 주권국가로서 존엄을 훼손하지 않는 최소한의 조건임을 뼈저리게 자각한 것이다. 자주국방을 못했다는 건 유사시에 국가 운명을 다른 나라에 의존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 약한 고리를 미국이 쳤다. '자강'은 굴욕도 실용도 아닌, 자신을 당당함으로 대하게 하는 가장 효능감 높은 방패다. 이러한 각성의 산물인 자주국방은 실은 박정희의 꿈, 노무현의 이상, 문재인의 비전이었다. 이재명 정부가 그 꿈을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전작권 환수와 핵 잠수함 추진이 그것이다. 둘은 자주국방의 상징이자 실질적 조치다.


역대 진보정권를 보면 불가사의한 게 있다. 늘 두 가지 아이러니한 일을 되풀이한다. 진보의 선의와 달리 경제적 불평등이 커진다. 이를 반복한 게 첫 번째 아이러니다. '안보'는 보수의 전매특허다. 그런데 '자주국방'은 보수가 아닌 역대 진보정부가 주도했다. 두 번째 아이러니다. 그런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을 두고 종북친중주의자라 부른다. 이게 진짜 아이러니다. 미국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다. 박정희,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이 주창한 '자주국방', 그 원려(遠慮)의 대상도 실은 '미국'이었다. 역대 보수 정권은 '동맹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자주국방'과 '동맹 강화'는 대체재일 수도, 동치(同値)관계일 수도 있다. 보수는 동치관계로 봤다. '동맹 강화≒자주국방'의 논리다.


이재명 정부는 이 둘을 비빔밥처럼 버무렸다. 협력적 자주국방? '비빔'은 실용주의자의 유용한 생존법이다. '협력적 자주국방'에는 약간의 외교적 레토릭이 섞여있다. 험악했던 관세전쟁에서 깨친 이재명 정부의 진심은 뭘까. 자주국방:동맹강화가 '8:2' 쯤의 무게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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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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