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코스 목표로 매일 새벽 달리던 62세의 마지막 여정
대구가톨릭대병원서 폐·간·신장·안구 이식 진행
수화 배워 장애인 도운 따뜻한 이웃의 삶
기증률 낮은 한국 현실 속 더욱 빛난 결정
유족 “삶의 나눔 이어가겠다”…공동체 향한 약속
새벽마다 마라톤 훈련을 이어오던 한 김남연씨가 완주 기념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9월14일 새벽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후 회복하지 못하고 장기기증을 통해 5명의 생명을 살렸다.<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지난 9월14일 새벽 4시. 모두가 잠든 시간. 경북 성주에서 62세 남성은 신발 끈을 바짝 조여 맸다. 마라톤 풀코스 3시간 45분 완주를 목표로 17㎞를 2시간가량 달리는 일은 그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이날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한 것. 뇌사 판정을 받은 그는 다시 일어서려했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마지막 순간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다섯 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났다. 김남연(62)씨 이야기다.
영남일보가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확인결과, 지난 9월19일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김씨는 폐와 간, 좌우 신장, 안구를 기증했다. 유족들도 수락했다. 앞서 그는 2009년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해뒀다. 생전에 그는 "내가 떠나도 다른 사람의 삶이 계속된다면 그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해왔다. 그의 삶은 넉넉하지 않았다. 집안형편이 어려워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했다. 최근까지 산불 지킴이와 건설현장 근로자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육체적 피로도가 컸지만 그는 늘 주변을 챙기려 애썼다. 청각장애인을 돕겠다며 수화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에게 새벽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었다. 하루를 성실하게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약속이기도 했다. '생명을 나누는 선택'도 그의 평소 삶과 잘 맞닿아 있다.
김씨의 고귀한 희생은 개인의 선의를 넘어 한국 사회의 장기기증 현실을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한국의 뇌사자 장기기증률은 아직도 OECD 최하위권이다. 기증 희망 등록자는 늘고 있지만 실제 뇌사 기증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줄어드는 추세다. 기증자 가족이 겪는 심리적 부담과 사회적 인식의 장벽이 여전히 높아서다.
큰 상실감에 빠진 유족들은 고인의 뜻을 더 넓게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기증자 자녀를 돕기 위한 장학금 후원까지 검토하고 있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