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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문화의 결

2025-11-18 06:00
여송하 박물관 휴르 관장

여송하 박물관 휴르 관장

지난 가을, 광주에서 열린 전국 박물관·미술관 박람회에 참가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참여관의 입장이었지만, 현장에 들어서자 곧 '동행'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개막식에는 중앙박물관 관장님을 비롯한 여러 문화기관 관계자가 참석해 박람회의 문을 열었고, 전국의 국공립 박물관부터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사립박물관까지 저마다 품어온 문화와 기억을 담아 부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규모의 차이를 떠나, 모두가 '기억을 지키고 전한다'라는 공통의 의지를 품고 이곳에 모였다는 사실이 은근한 울림을 남겼다.


박람회장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공존했다. 산업의 변화를 기록한 전시와 지역의 민속과 전통을 보여주는 전시존,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체험존, 그리고 각 박물관이 준비한 기념품과 자료를 만날 수 있는 굿즈존까지, 공간마다 다른 방식으로 문화와 기억이 전해졌다. 그러나 이 다채로움 속에서도 국공립과 사립과의 현실적 격차는 분명했다. 넉넉한 예산과 풍성한 굿즈로 관람객의 발길을 끄는 국공립 부스와 달리, 사립박물관들은 대부분 한정된 자원 속에서 체험, 전시, 홍보를 동시에 고민해야 했다. 그럼에도 운영자들 사이에는 서로의 어려움을 알아보는 눈빛과 조용한 연대감이 흐르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박물관 휴르'의 자리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대구의 한적한 골목에서 부엉이와 기억을 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국의 사립박물관들과 같은 흐름을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박람회에서 우리는 우리 박물관만을 알리는 데 머물지 않았다. 대구의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의 광고지를 함께 비치해, 관람객이 도시 전체의 문화에도 자연스럽게 닿을 수 있도록 했다. 부스는 소박했지만, 그 안에는 대구가 품은 문화와 그 속에 쌓인 기억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화려함은 부족했을지 몰라도, 진정성을 담기에는 충분한 자리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다시 깨달았다. 기술이나 장식이 아무리 화려해도, 문화를 지키고, 이어 붙이는 일은 결국 사람의 손과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깊은 사실을.


내년 박람회가 다시 열린다면, 올해보다 조금 더 깊어진 마음으로 그 자리에 서고 싶다. 작은 박물관이 건네는 한 조각의 기억과 도시가 지닌 문화의 결이 더 멀리, 더 따뜻하게 번져가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지켜온 문화의 틈에서 또 다른 누군가의 오래된 기억이 조용히 빛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박람회를 떠나는 길에 떠올랐던 그 가능성은 계절이 바뀐 지금도 마음 한편을 은근히 밝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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