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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영주 영주호 용마루공원…마을이 사라진 그곳, 산은 섬이 되었다

2025-11-20 19:19
영주댐이 들어서면서 산은 섬이 되었다. 섬은 다리로 연결되어 용마루 공원이라 명명되었다. 산은 원래 영지산에서 내려온 용이 맥의 끝에서 물을 마시는 형국이었다 한다.

영주댐이 들어서면서 산은 섬이 되었다. 섬은 다리로 연결되어 용마루 공원이라 명명되었다. 산은 원래 영지산에서 내려온 용이 맥의 끝에서 물을 마시는 형국이었다 한다.

섬은 산이었다. 산 아래에는 내성천 모래강이 아홉 굽이로 흘렀다. 물가에는 뒤갯들, 집앞들, 구만이들, 북평들, 누릉거리들과 같은 이름의 고만고만한 들이 군데군데 펼쳐져 있었고 작은 마을들이 산과 강과 들에 기대 살아가고 있었다. 2016년 영주댐이 준공되자 강과 들과 마을은 호수가 되었다. 앞산이거나 뒷산이거나 동산이었던 몇몇 산들은 정수리를 들어 올려 섬이 되었다. 그리고 두 개의 섬은 다리로 연결되어 '용마루 공원'이라 명명되었다.


용두교 건너 섬의 옆구리를 안고 가는 평탄한 데크 길. 용두교에서 섬의 남쪽 끝까지는 1㎞가 조금 넘는다.

용두교 건너 섬의 옆구리를 안고 가는 평탄한 데크 길. 용두교에서 섬의 남쪽 끝까지는 1㎞가 조금 넘는다.

데크 길이 널찍한 임도로 바뀌는 물가에 광장이 있고, 영주댐 수몰지 이주민 512명의 이름에 새겨진 비석이 호수를 바라보며 서 있다.

데크 길이 널찍한 임도로 바뀌는 물가에 광장이 있고, 영주댐 수몰지 이주민 512명의 이름에 새겨진 비석이 호수를 바라보며 서 있다.

◆ 용마루 공원


섬은 원래 250m 내외 산지로 영지산에서 내려온 용(龍)이 맥의 끝에서 물을 마시는 형국을 하고 있었다 한다. 그러니 용마루라는 이름은 영 새로운 것이 아니라 오래된 형세를 기억하는 이름이겠다. 첫 번째 다리는 용의 꼬리 용미교다. 75m 길이의 아치교로 '테마섬'이라 부르는 자그마한 섬을 연결한다. 섬을 가로지르는 봉긋하고 짧은 산책로에 새 소리 가득하다. 두 번째 다리는 용의 머리 용두교다. 길이 150m의 현수교로 테마섬과 이름을 갖지 못한 조금 더 큰 섬을 연결한다. 출렁다리지만 흔들림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다리를 건너면 길은 두 개로 나뉜다. 섬 마루를 밟고 가는 숲길과 섬의 옆구리를 안고 가는 평탄한 데크 길이다.


평탄하지만 약간의 기울기가 있어 발가락에 힘을 준다. 참나무 이파리가 길 가득 쌓였는데 습습하여 폭신하다. 그 많던 새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고 이따금 부스럭대는 소리에 흠칫한다. 용두교에서 섬의 남쪽 끝까지는 1㎞가 조금 넘는다. 숲과 물을 누리며 걷는 그리 짧지도 아주 길지도 않은 길이다. 데크 길은 동남쪽으로 향하면서 보다 널찍한 임도로 바뀐다. 그곳에 너른 광장이 있고 두 개의 커다란 비석이 호수를 바라보며 서 있다. 길에서 보면 백비다. 돌아 내려가 마주하면 거기에는 수많은 이름이 있다. 영주댐 수몰지 이주민 512명의 이름이다.


수몰민 이주 단지인 금강마을. 대부분 산지사방 살 곳을 찾아 떠났고 남은 17가구가 이곳에 새로운 터전을 이루었다.

수몰민 이주 단지인 금강마을. 대부분 산지사방 살 곳을 찾아 떠났고 남은 17가구가 이곳에 새로운 터전을 이루었다.

◆ 물속의 마을 평은면 금광리


영주댐은 2009년 12월 착공, 2016년 12월에 준공됐다. 물이 차면서 평은면 금광리와 강동리 등의 마을이 물에 잠겼다. 공원 일대는 금광리다. 400년 인동장씨 집성촌으로 내성천이 휘돌아 나가는 물돌이 마을이었다. 그 물결이 비단 같아 수백 년 동안 '금강(錦江)'이라 불리다가 일제강점기 때 '금광(金光)'으로 바뀌었다. 금광리는 평은면소재지였다. 심곡(기프실), 금강, 동호, 가자골, 구마이(구만이) 등의 자연마을이 있었고 면사무소와 초등학교, 우체국, 파출소, 정미소, 이발소 그리고 중앙선 기차역인 평은역이 있었다. '평은'은 조선시대 평은역(平恩驛)에서 유래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평온하고 은혜로운 땅이란 뜻이다.


봉화 선달산에서 발원한 내성천은 평은면 금광리를 지나 무섬마을과 회룡포를 적시고 삼각주막에서 마침내 낙동강에 합류한다. 내성천 상류의 빼어난 비경을 이르는 운포구곡(雲浦九曲)이 있다. 구름이 머무르는 아홉 개의 굽이라는 뜻이다. 1곡은 물위에 푸른 그늘 드리운 우천(愚川), 2곡은 모래톱이 아름다운 송사(松沙), 3곡은 미림 마을 영강정 앞 강변의 용추(龍湫), 4곡은 화살같이 유속(流速)이 빠른 전담(箭潭), 5곡은 구름을 실어 나르는 운포(雲浦), 6곡은 금강마을을 휘돌아 흐르는 구만(龜灣), 7곡은 비단을 두른 듯 물빛이 고운 금탄(錦灘), 8곡은 평평하고 서늘한 동저(東渚), 9곡은 영지산 자락을 안고 휘도는 지포(芝浦)다. 이 중 6·7·8·9곡이 금광리를 감싼 물굽이였다. 영주댐은 구곡 중에서도 가장 빼어났다는 5곡 운포에 들어섰다. 금강마을의 물돌이와 동호마을의 모래톱, 가자골의 비단 같은 물여울, 심곡의 지초 무성한 골짜기가 정미소, 이발소, 평은역과 함께 물에 잠겼다.


섬의 남쪽 길 끝에 평은역이 있다. 1941년 보통역으로 시작된 평은역은 영주호 담수 때 이곳으로 옮겨졌다.

섬의 남쪽 길 끝에 평은역이 있다. 1941년 보통역으로 시작된 평은역은 영주호 담수 때 이곳으로 옮겨졌다.

◆ 섬의 길 끝, 평은역


길이 점점 넓어진다. 수변의 수목들이 느슨해지면서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진다. 청동 같은 물빛, 사금파리 같은 윤슬에 눈이 베인다. 섬의 남쪽에 접어든 듯하다. 재미난 시설을 만난다. 트램펄린 모양인데 드론배송 체험 존이라 안내되어 있다. 영주시가 추진 중인 스마트관광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QR코드로 주문하면 실제 드론이 물건을 내려준다고 한다. 드론이 물건을 배송하는 시대라니, 붕붕 날며 트램펄린 놀던 때가 까마득하다.


이제 길의 끝이다. 거기에는 평은역이 있다. 영주호 담수 때 이곳으로 옮겨졌다. 말끔하다. 쓰다듬어주고 싶은 초연한 모양새가 어쩐지 철든 아이 같다. 평은역은 1941년에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해 청량리에서 부전까지 가는 통일호열차 2편이 운행되었다고 한다. 교통수단이 없었던 당시 철도의 개통은 지역주민들의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 왔다. 농산물이 영주와 안동 등지로 나갔고, 통학길이 열리면서 교육열과 진학률이 상승했다. 그 때 역 근처에는 철도관사가 3채 있었고 밥집, 술집, 가게, 하숙집 등 13집이 북적북적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한다. 그곳이 구만이 마을이다.


1968년에 철도자갈 수송선이 신설되었고, 1996년에는 역사 옆에 시멘트 사이로가 준공되고 이듬해 시멘트 전용선 신설과 함께 여객열차취급이 중지되면서 마을은 황량해졌다. 그리고 영주댐이 건설되면서 이곳에 이전 복원됐다. 지금은 전시공간으로 사용된다는데 자물쇠가 걸려 있다. 길과 사람과 물자를 연결하던 역은 이제 길 끝에서 기다린다. 내내,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2008년 드라마 '에덴의 동쪽' 1화에 평은역이 등장한다. 1960년대 태백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였고, 평은역은 '황지역'이었다. 비오는 밤 한 소년이 역사 창가에 앉아 기차가 오기를, 기차를 타고 누군가 오기를 기다렸다. 희미하게 경적 소리가 들리자 소년은 활짝 웃었고, 기다리던 이를 만나 더욱 활짝 웃었다.


용두교에서 용의 등허리가 한눈에 보인다. 왼쪽의 흰 산이 철도용 자갈을 캐던 산, 오른쪽에 점점이 보이는 주황색 지붕이 새로운 금강마을이다.

용두교에서 용의 등허리가 한눈에 보인다. 왼쪽의 흰 산이 철도용 자갈을 캐던 산, 오른쪽에 점점이 보이는 주황색 지붕이 새로운 금강마을이다.

되돌아가는 길, 관리인으로 여겨지는 아저씨를 스쳤다. 그분은 먼저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네 주셨다. 곧 평은역 자물쇠가 열릴 듯하다. 라이방을 쓴 백발의 노인들이 멋있게 인사를 건네며 지나가신다. 정오가 훌쩍 넘은 빛 많은 오후, 기다리던 사람들이 오고 있고 이제 숲의 부스럭 소리에 놀라지 않는다. 다시 섬의 북쪽 길 끝, 용두교다. 영지산에서 내려온 용의 등허리가 한눈에 보인다. 북쪽에 하얀 속살을 드러낸 산이 철도용 자갈을 캐던 산이다. 그 아래에 구만이 마을과 평은역이 있었다. 용마루공원 입구 파란 가림막은 휴게 음식점 건설 공사장이다. 그 오른쪽 주황색 지붕의 마을은 수몰민 이주 단지인 금강마을, 더 동쪽에는 동호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공사장 입구 젊은 사내가 꾸벅 인사를 한다. 추억에는 늘 정적이 감돌고 새로움은 늘 먼저 인사한다.


글·사진=류혜숙 전문기자 archigoom@yeongnam.com


>>여행정보


55번 중앙고속도로 영주IC로 나간다. 톨게이트 지나 영주방향으로 직진, 문정교차로에서 문수, 안동방향으로 우회전해 직진, 운문교차로에서 이산, 신천리, 금광리 방면으로 빠져나가 금광리, 만방리 방향으로 우회전해 직진한다. 금광삼거리에서 안동, 봉화방면으로 좌회전해 직진하다 동호이주단지 버스정류장이 있는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들어가면 동호마을, 용마루1공원, 금강마을, 용마루2공원이 차례로 자리한다. 용마루1공원에서 출발해 금강마을 뒷산 마루금으로 이어지는 트레킹 길이 있고, 용마루2공원에서 출발하는 가벼운 산책 코스가 있다. 동호마을 맞은편 한옥이 즐비한 곳은 전통문화체험단지다. 운곡서원유허비, 동호정, 장석우 가옥, 성황당, 미륵당, 장씨고택 등 수몰지에서 옮겨온 다양한 유산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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