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이집트서 방산·경제 ‘세일즈’ 굳히고 아프리카행
보호무역 파고 속 ‘다자주의 복원’·‘중견국 리더십’ 시험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0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한 호텔의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7박 10일간의 중동·아프리카 순방 반환점을 돈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 세일즈'의 성과를 뒤로하고 21일(현지시간) 아프리카 남아공으로 향한다.
앞선 UAE와 이집트 방문이 철저한 '국익 중심 실용외교'와 '경제적 실리'에 방점이 찍혔다면, 22일부터 시작되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는 국제 사회의 리더로서 한국의 외교적 공간을 확장하는 '책임 외교'의 무대가 될 전망이다.
◆ 美 공백 메우는 '가교(Bridge)' 외교…韓 다자주의 '구원투수' 될까
이 대통령이 참석하는 이번 G20 정상회의의 주제는 '연대, 평등, 지속가능성'이다. 이번 회의는 미국 정권 교체기라는 특수성과 맞물려,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다자주의 위기 속에 치러진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미국 측의 불참 등 어떠한 여건 하에서도 다자무역체제 복원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강대국 간의 각축전 속에서 한국이 선진국(G7)과 개도국(글로벌 사우스)을 잇는 '가교 국가'로서의 역할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위 실장은 "어떠한 여건 하에서도 다자무역체제 복원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겠다"며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이번 G20의 대주제인 '연대, 평등, 지속가능성'에 맞춰 기후 위기 대응과 불평등 해소 세션에서 참여하는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도 한국의 기여 방안을 적극 개진할 방침이다.
◆ MIKTA 의장국 리더십 발휘…'글로벌 책임강국' 비전 구체화
특히 주목할 대목은 한국이 의장국을 맡고 있는 중견국 협의체 '믹타(MIKTA, 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튀르키예·호주)' 정상 회동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강대국 중심의 국제 질서 속에서 중견국들이 낼 수 있는 목소리를 결집하고, 규범 기반의 국제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연대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글로벌 책임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동에서 챙긴 '경제적 실리'라는 든든한 자산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펼쳐질 이재명식 '가치 외교'가 G20 무대에서 어떤 구체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G20 기간 중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잇따라 양자 회담을 갖는다.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국제 정세 속에서 유럽 핵심 파트너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우선 프랑스와의 회담은 내년도 한국 외교의 '미리보기' 성격을 띤다. 위 실장은 "내년 한-불 수교 140주년과 프랑스의 G7(주요 7개국) 의장국 수임을 앞두고 국제 정세 및 안보 현안을 긴밀히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이번 만남을 통해 글로벌 안보 이슈에서의 발언권을 확보하고, G7과의 파트너십을 한층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과는 '경제 안보'가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제조업 기반의 유사한 경제 구조를 가진 양국은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국제공항에서 영접 인사들과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 'SHINE'으로 닦은 중동길… 방산·경제 자신감 안고 G20으로
이 대통령은 앞선 UAE와 이집트 순방에서 정부의 대(對)중동 구상인 'SHINE 이니셔티브'를 천명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위 실장은 카이로 현지 브리핑에서 이번 순방의 전반부를 '평화·번영·문화'의 키워드로 요약하며 "중동 국가와의 협력을 획기적으로 진전시켰다"고 자평했다.
특히 UAE와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바탕으로 방산 공동개발 및 제3국 진출, 데이터센터 공동 구축 등 미래 먹거리를 확보했고, 이집트와는 K-9 자주포에 이은 FA-50, 천검 등 국산 무기체계 수출 논의를 구체화했다. 비록 이집트와의 CEPA(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공동선언 서명이 막판 기술적 문제로 불발되는 해프닝이 있었으나, '추진 합의'라는 큰 틀을 유지하며 북아프리카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또한 이집트가 주도하는 가자지구 재건 사업에 한국의 참여를 공식화하고 1천만불 공여를 약속한 것은, 한국이 단순한 '물건을 파는 나라'를 넘어 '국제 평화에 기여하는 나라'로서의 입지를 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정재훈기자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