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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창간 80주년 특집·상(上)] 지역 의료의 미래를 말하다…대구 의료계 3인 심층 인터뷰

2025-11-25 17:44

대구, 의료자치로 방향 전환
병상 규제, 생활권 기준으로 재설계
필수의료 인력난…정원 확대만으론 부족
세대 통합, 청년의사 참여가 열쇠
‘대구형 의료 플랫폼’ 구축이 과제

대구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의료 인프라를 갖춘 도시다. 수많은 병원과 전문인력, 활발한 연구·교육 기반뿐 아니라, 조직력 있는 시의사회가 중심에서 움직이는 '의료 중심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대구 의료는 의료전달체계 재편, 필수의료 인력난, 병상 규제 같은 거대한 변화의 파도 앞에 서 있다. 의료의 무게 중심이 흔들리는 지금, 지역 의료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묻는 일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창간 80주년을 맞은 영남일보는 대구시의사회의 역할과 향후 지향해야할 점을 짚어본다.



김석준 대구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이 지역 의료결정권 확립, 생활권 기반 병상관리, 필수의료 인력난 해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대구시의사회 제공>

김석준 대구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이 지역 의료결정권 확립, 생활권 기반 병상관리, 필수의료 인력난 해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대구시의사회 제공>

김석준 대구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대구는 더 이상 정책의 수용자에 머물 수 없다"며 지역이 스스로 의료 방향을 설계하는 '의료자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지역 의료 결정권 확립, 생활권 맞춤형 병상관리, 세대 통합, 선제적 정책 제안 등을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다음은 김 의장과의 일문일답


▶대구 의료 환경을 어떻게 진단하나.


"구조적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필수의료 인력난, 병상 규제, 의료전달체계 왜곡 등 지역 단위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하지만 정책 결정의 중심은 여전히 중앙에 있다. 현장 여건보다 법령과 지표가 우선시되면서, 정책과 현실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 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중앙 의존 구조에서 빨리 벗어나 지역 스스로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중앙 의료정책이 지역에서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가장 큰 문제는 현장성이 결여된 정책 설계다. 중앙은 전국 단위의 통계와 수치를 근거로 제도를 만든다. 의료 수요, 질환 구조, 인력 구성, 생활권별 접근성은 지역마다 다른데도 말이다. 같은 병상 수라도 진료과목이나 인구 구조에 따라 실제 활용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런데도 전국을 획일적 동일 기준으로 묶어버리면 지역 의료기관은 경쟁력을 잃는다.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지역 의료결정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지역의사회의 전문적 의견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이 설계되고, 지방정부가 그 실행을 맡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지역 의료자치'의 구체적 방향은.


"단순히 중앙의 권한을 나누는 문제가 아니라, 지역 의료 생태계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체계다. 대구시와 시의사회가 협력해 보건의료계획을 공동 수립하고, 필수 의료인력 배치·응급의료체계·공공보건의료사업을 함께 설계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특히 중증 응급환자 이송체계, 분만 인프라, 노인의료·만성질환 관리 등은 지역 현실에 맞게 설계해야 한다."


▶병상규제와 의대정원 확대 논의는.


"병상규제는 지역 의료 자율성을 제약하는 대표적 사례다. 단순히 '병상 수'만으로 공급 과잉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실제로는 중증·경증 환자 분포, 진료과별 수요, 응급의료 대응체계가 병상 효율성을 결정한다. 따라서 지금처럼 획일적 기준 대신, 지역 특성을 반영한 '탄력형 병상 관리제'로 전환해야 한다. 의대정원 확대 역시 필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단지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 지역 인력난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배출된 의사가 지역에 남을 수 있는 환경, 즉 교육과 근무 여건, 보상체계, 주거 인프라 등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 가속화될 것이다."


▶의료계 내 세대 간 소통과 신뢰 회복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젊은 의사들은 합리적이고 데이터 기반의 사고를 중시하는 반면, 중견 세대는 경험과 직관 중심 판단을 선호한다. 이 간극을 줄이려면 조직 내 '세대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다. 시의사회는 청년의사위원회 활동을 강화해 젊은 의사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정책위원회나 학술행사에도 청년 의사들을 적극 참여시켜, 의사회의 의사결정 구조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세대 간 이해와 공감이 확보될 때 의료계에 대한 신뢰도 회복될 수 있다."


손대호 대구시의사회 구군의사협의회장

손대호 대구시의사회 구군의사협의회장

손대호 대구시의사회 구군의사협의회장은 취재진과의 인터뷰 내내 "대구 의료정책의 출발점은 생활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손 회장은 "대구는 구·군마다 인구 구조와 질환 양상, 의료 접근성이 완전히 다르다"며 "중앙이 만든 단일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지역 정책은 처음부터 빗나간다"고 했다.


그가 가장 먼저 문제 삼은 것은 바로 '병상 규제'다. 중앙은 병상 수만으로 과잉 여부를 판단하지만, 실제 병상 효율성은 훨씬 더 복합적이라는 것. 고령화 속도, 중증·경증 환자 비율, 응급이송 시간 등 지역마다 격차가 큰 요인들이 병상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는 "병상의 가치는 '숫자'가 아니라 '배치'에 있다"며 "어디에 어떤 환자에게 쓰이느냐가 핵심인데 중앙 기준은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고령층이 집중된 지역, 분만 공백 지역, 만성질환 고위험 지역 등 생활권 기반 정보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며 "생활권을 모르면 대구 전체 의료정책은 설계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필수의료 공백 문제 역시 생활권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손 회장은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의 공백은 이미 지역 곳곳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구·군별 인력과 병원 인프라를 세밀하게 분석해 대구 전체의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며 "지역 의료의 해답은 결국 생활권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상호 대한의사협회 대외협력부회장(대구시의사회 부회장)

이상호 대한의사협회 대외협력부회장(대구시의사회 부회장)

이상호 대한의사협회 대외협력부회장(대구시의사회 부회장)도 대구 의료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가장 먼저 갖춰야 할 조건으로 "정책을 지역이 직접 생산하는 구조"를 꼽았다. 그는 "대구 의료는 탄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그동안 중앙이 만든 제도를 받아 적는 소비자 역할에 머물러 왔다"며 "이제는 지역이 기준을 만들어 중앙에 제안하는 단계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대구가 정책 생산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구체적 근거도 제시했다. 대학병원의 중증치료 역량, 전문병원 특화 기능, 개원가의 촘촘한 접근성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대구의 의료 구조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경쟁력이라는 것. 그는 "이 강점이 데이터로 체계화되면 중앙이 오히려 '대구 모델'을 참고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고 전망했다.


필수의료 인력난에 대한 진단은 더 매서웠다. 그는 "정원 확대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특정 진료과 기피, 지역병원 근무 환경, 생활권 인구 감소 등 복합적 요인들이 얽히고설켜있기 때문에 지역 단위에서 정확한 분석과 처방을 내놓지 않으면 어떤 대책도 효과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대구 의료기관 간 통합 플랫폼 구축을 의료자치의 필수 요소라고 분석했다. 대학병원·전문병원·개원가가 각자의 정보만 쥐고 움직이면 정책 효율성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의료계가 진료실 밖에서도 공동체의 건강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줄 때, 비로소 지역 의료자치의 설계도는 실제 힘을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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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사실 위에 진심을 더합니다. 깊이 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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