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최전선의 시스템 리더십…민·관·군 협력으로 의료 붕괴 막아
“의대 증원보다 환경 먼저” 필수의료 살리는 현실 해법 제시
안동~대구~구미 잇는 메디컬 밸리…1시간 필수진료권 구상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이 진료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통합 대구경북 의료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2020년 2월, 대구는 전 세계가 주목한 코로나19 팬데믹의 최전선이었다. 하루 수백 명의 확진자가 쏟아지던 절체절명의 시기였다. 대구시청 10층 상황실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았다. 그곳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 상황을 체크·판단하고, 병상을 배정하며 방역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던 이가 바로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당시 코로나19 대책본부장)이다. 민 회장은 당시 대구동산병원과 국군대구병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신속히 지정할 것을 건의했다. 군의관과 간호장교, 공중보건의를 이동 검진 및 치료 현장에 조기 투입하는 결단도 내렸다. 또한, 세계 최초의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와 경증 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 도입을 지역 의료기관장들과 주도하며 의료 붕괴를 막아냈다. 이러한 민·관·군의 기민한 대응으로 대구는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도 세계 최저 수준의 치명률로 초기 확산을 막아냈다. 'K-방역'의 성공 모델을 전 세계에 알렸다. 그로부터 6년 흐른 지금. 민 회장은 이제 '방역 야전 사령관'을 넘어 대구경북 의료 산업의 큰 그림을 그리는 설계자로 변모했다. AI 바이오 메디시티대구협의회장이자,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대외협력위원장인 그를 최근 만났다. 다가올 '대구경북 행정통합' 시대의 필수의료 해법과 미래 산업 전략을 들어봤다.
◆'시스템'이 만든 방역의 기적…"위기는 숫자가 아닌, 시스템으로 극복한다"
민 회장은 당시 코로나 방어 성공 비결을 '숫자'가 아닌 '시스템'에서 찾았다. 그는 "당시 우리가 기적적으로 낮은 치명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의료진과 대구경북시도민의 헌신 위에 체계적인 시스템이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의사가 많아서 해결된 게 아니다. 민·관·군이 하나가 되어 거점 병원을 확보하고,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병상을 배정하는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돌아갔기에 가능했다"며 "이 소중한 경험은 앞으로 어떤 의료 위기가 닥쳐도 대구경북민을 지켜낼 강력한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의대 증원 논란 해법…중요한 건 의사가 머무를 '환경'
최근 의료계 화두인 의대 정원 증원 문제에 대해 민 회장은 차분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환경 조성'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의협 비대위 대외협력위원장으로서, 의료계가 의대 정원 확대 등 주요 현안에 대응하고자 구성한 '범의료계 대책 특별위원회(범대위)'를 중심으로 정부·국회와 소통하며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필수의료를 살려야 한다는 목표는 정부와 의료계가 같다. 다만, 방법론에서 무리하게 의사 수만 늘리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핵심은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 의사들이 지역에서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들이 자긍심을 갖고,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실질적인 지원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이 통합 대구경북의 '메가 메디시티' 구상과 필수의료 해법을 설명하며 인터뷰에 앞서 환하게 웃고 있다.<영남일보 DB>
◆통합 대구경북의 과제, '오지없는 1시간 필수진료권'
요즘 그의 시선은 '통합 대구경북'에 많이 머물러 있다. 행정통합의 성공 여부가 '경북 북부지역의 의료 안전망'구축에 달려 있다고 보았다.
민 회장은 "통합 대구경북은 인구 500만의 거대 생활권이다. 대구의 상급종합병원이 '최종 치료'를 맡고, 안동·영주·울진 등 경북 북부지역의 거점 병원이 '초동 대처'를 맡는 초광역 응급의료 네트워크가 필수"라며 "울릉도나 산간 오지에서 환자가 발생해도 헬기 이송부터 대구의 수술실까지 지체 없이 연결되는 '1시간 진료권'을 완성해, 시도민 누구나 차별 없는 의료 혜택을 누리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기구로 그는 AI 바이오 메디시티대구협의회 산하 '위기대응 거버넌스'와 '지역필수보건의료위원회'의 역할 강화를 언급했다. 그는 "위기대응 거버넌스는 재난시 의사회와 행정기관이 즉각 하나로 똘똘 뭉쳐 자원을 배분하는 컨트롤타워"라며 "코로나 팬데믹때 성공한 이 모델을 경북 전역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지역필수보건의료위원회'를 통해 의료 취약지를 지정하고, 그곳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를 지원하는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해 대구와 경북의 의료 격차를 줄이는 '균형추'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일본의 데이터 의료를 넘어…안동~대구~구미 잇는 '메디컬 밸리' 구축
최근 일본과의 교류를 통해 확인한 '데이터 연결성'을 대구가 나아가야 할 모델도 함께 제시했다. 그는 "초고령사회를 먼저 겪은 일본은 지역 거점병원과 요양시설, 환자의 가정이 하나의 '데이터 플랫폼'으로 연결돼 끊김 없는 돌봄을 실현하고 있었다"며 "우리는 이 일본 모델을 벤치마킹해 대구의 우수한 ICT (정보통신기술)과 접목, AI(인공지능) 기반의 통합 돌봄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구와 경북을 아우르는 거대한 의료산업 벨트 구상도 밝혔다. 그는 "안동(백신)과 영주·예천(치유농업), 울진(해양치유), 포항(바이오·신약), 그리고 대구(첨단의료)와 구미(의료기기)를 연결하는 '대구경북 메디컬 밸리'를 조성해야 한다"며 "대구의 연구개발 역량과 경북의 생산 기반, 그리고 지역 내 수많은 연구소와 기업체가 하나의 클러스터로 묶일 때 폭발적인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병원은 진료만 하는 곳이 아니라, 기업과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가 돼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인재가 모이는 '열린 도시'로 나아가야
마지막으로 민 회장은 이 거대한 의료산업 생태계를 움직일 동력으로 '글로벌 인재 유입'을 제안했다. 그는 "이 거대한 '메디컬 밸리'를 채워야 할 연구 인력이 국내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제 순혈주의를 버려야 한다"며 "일본의 선진 데이터 의료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것을 넘어, 해외의 우수한 AI 엔지니어와 바이오 연구자들이 대구·경북에 와서 함께 연구하고 창업할 수 있도록 문호를 과감히 개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비자 문제 해결부터 정주 여건 개선까지 포함된 '이민 정책 특구'를 통해 전 세계의 인재들이 꿈을 펼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제가 그리는 '메디시티'의 완성"이라고 했다.
강승규
사실 위에 진심을 더합니다. 깊이 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