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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타임]도민체전을 행정의 장식품으로 만들 셈인가

2025-11-28 06:00
피재윤 기자

-개회식 도청 강행 명분 부재


-도청 독식 체전은 본질 파괴


-개최지 패싱 행정 논리 어디


-도민 무시한 체전 행정 오만


-도청 체전에 도민은 구경꾼


2026년 경북도민체전 개회식 장소가 안동도, 예천도 아닌 경북도청 신도시 광장으로 확정됐다는 소식은 많은 시민들에게 황당함 그 자체다. 도민체전이 언제부터 '도청 중심 행사'가 됐는가. 행정이 손쉽고 편한 장소를 택하려다 도민이 주인인 행사의 본질을 통째로 밀어낸 결정이다.


도민체전 개·폐회식은 개최 도시의 주경기장에서 열린다는 것이 상식이고 관례다. 선수단, 시민, 응원단이 한 공간에서 호흡하며 만들어온 장면은 경북이란 공동체를 상징하는 의례이자 축제였다. 그런데 이번엔 이 상징을 행정청 건물 앞마당으로 내던졌다. '도청이 있으니 거기서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식의 행정 논리는 도민체전이 무엇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발상이다. 실무 관계자는 "6천~8천명 수용, 필요하면 분산 배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분산 배치는 개회식이 아니다. 축제의 응집력을 스스로 해체하는 구조다. 거대한 주경기장에서 만들어지던 입장식의 웅장함, 도민들이 한곳에 모여 만드는 파도 같은 함성은 도청 앞마당의 '조각난 객석'에서 결코 재현될 수 없다.


도민 체전의 상징 가치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


여기에 결정 과정은 더욱 황당하다. 이미 협의가 끝났다는 식의 설명은 절차가 있었는지조차 의심케 한다. 도민 의견은 어디서 듣고, 체육계 목소리는 언제 반영했으며, 개최 도시의 의견은 어느 단계에서 수렴했는가. 행정은 '회의를 했다'고 말하지만, 정작 도민들은 '결정됐으니 따라오라'는 통보만 받았다.


더 큰 문제는 개최 도시의 존재감이 통째로 지워졌다는 점이다. 안동과 예천은 경기 운영, 선수 지원, 숙박, 교통 등 도민체전의 실제 무게를 짊어지는 도시다. 그런데 개회식만 도청이 가져가는 구조는 '균등 개최'가 아니라 '상징만 도청이 독식하는 비틀린 공동 개최'에 불과하다.


행정의 그림자 속에서 지역의 명예와 경제적 파급 효과는 자연스레 축소된다. 도민체전을 도청에서 열겠다는 것은 안전도, 축제성도, 동선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도청이 있으니 그냥 한다'는 안일함에서 비롯된 결정이다. 도청이라는 상징을 이용해 체전을 '행정 홍보용 이벤트'로 격하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나오고 있다. 행정이 앞세워지고, 도민은 뒤로 밀린 구조다.


만약 정말 도청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면 전야제가 최적이다. 개회식은 개최지 주경기장에서, 폐회식은 순환 방식으로 운영하면 안동·예천·도청 모두가 역할을 나눌 수 있다. 대안은 너무나 많다. 그럼에도 그 어떤 대안 논의도 없었다면 그건 무능이거나, 혹은 의도적 배제다.


도민체전은 결코 행정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 존재하는 행사가 아니다. 도민이 모여 도민의 이름으로 치르는 경북 최대의 축제다. 개회식 무대를 어디에 두느냐는 행정의 체면이 아니라 도민의 자존과 참여권을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다. 행정은 대회 준비의 시급성을 핑계로 비판을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며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보다 설득, 행정 통보보다 도민 공론화 과정이다.


도민의 참여 없이 진행되는 체전은 성공할 수 없고, 기억될 수도 없다. 행정 중심의 자의적 결정으로 체전의 상징과 전통을 훼손했다면 그 책임 또한 행정이 져야 한다. 도민체전의 주인은 도청이 아니다. 도민이다. 도민이 서야 할 자리를 행정이 가로채는 순간, 그 체전은 이미 실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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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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