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숙 새마을문고중앙회대구광역시지부 이사
바람이 불자 잔잔했던 파도가 꿈틀댔다. 가족 여행으로 찾은 바닷가에서 아이들은 파도에 발을 담그며 웃고, 나는 잠시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러던 중 하늘을 스치는 갈매기 한 마리가 시야에 스쳤다. 특별할 것 없는 순간이었지만, 그 비행에는 묘한 고집과 자유가 묻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오래 전에 읽었던 '갈매기의 꿈'이 떠올랐다.
바다 위를 훨훨 날던 갈매기와 조나단의 모습은 자연스레 겹쳐졌다. 주인공 조나단 리빙스턴은 '먹이를 위한 비행'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더 멀리, 더 자유롭게 날고 싶은 마음으로 바다 위를 돌며 자신을 단련한다. 규범을 어겼다는 이유로 무리에서 쫓겨나지만, 그는 고독 속에서 오히려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찾는다.
여행 중 만난 갈매기 또한 자유로워 보였지만, 그 비행에도 흔들리고 다시 일어섰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 갈매기를 바라보는 동안 자연스레 조나단의 비행이 떠올랐다.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 그의 도전은 새삼 다르게 다가왔다.
그가 멀리 날 수 있었던 이유는 재능보다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의 힘 때문이었다.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온 시간 속에서도 나는 같은 질문을 반복해왔다. 어느 순간, 아이들이 삶 앞에서 마주한 질문이 나의 질문과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책 후반에서 조나단은 더 높은 곳에서 배움을 얻은 뒤 다시 바다로 돌아와 후배 갈매기들에게 비행을 가르친다. 그러며 깨닫는다. 좋은 비행은 결국 좋은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을. 두려움보다 가능성을 보는 태도, 그것이 더 멀리 날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그 깨달음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을 비춘다.
바닷가에서도 우리는 잠시 멈춰 서게 된다. 아이들이 자라는 속도, 부모로서의 변화, 앞으로의 길을 떠올리면 마음이 흔들린다. 파도는 늘 비슷해 보이지만, 그 앞에서 어떤 마음으로 서 있는지에 따라 풍경은 달라진다. 그래서 조나단의 비행은 오늘의 우리에게 조용한 울림을 준다.
삼남매 중 둘은 이미 가정을 꾸리고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마지막 아이도 곧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예전에는 아이들을 이끄는 것이 부모의 몫이라 믿었지만, 이제는 한 걸음 물러나 지켜보는 일이 더 큰 사랑임을 배운다. 세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다.
"높이 나는 갈매기는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바람 속에서도 스스로 균형을 찾길 바란다. 그리고 필요할 때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엄마의 따스한 품이 있음을 기억해주면 좋겠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