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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핫 토픽] 김부장을 보고, 웃지 못했다

2025-11-27 17:08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를 보다가 마음이 묵직해졌다.


사실 나는 회의가 끝난 뒤 종종 사무실을 내려와 편의점에서 소시지를 집는다. 그리곤 밖이 보이는 자리에 앉아 천천히 먹는다. 하나는 금세 끝나 아쉬워 언제나 1+1을 산다. 그 잠깐의 시간 동안만큼은 기자도, 팀장도 아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다시 올라가는 순간, 온전한 '이팀장'이 되어야 한다.


김부장은 초반부터 낯설지 않았다. 부하 직원에게 능청스럽게 굴며 괜찮은 상사처럼 보이려 하고,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는 불안 때문에 스스로를 다독이는 모습. 어쩐지 나와 닮아 채널을 돌려도, 결국 다시 김부장이다.


나는 정통 '영남일보맨'은 아니다. 육아로 잠시 언론사에서 멀어졌던 시간은 자연스럽게 나를 '경단녀'로 만들었고, 다시 돌아온 뒤엔 더 많이, 더 빠르게 증명해야 했다. '감을 잃었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보여주는 모든것들이 완벽해야 했다. 일을 잘하는 기자는 물론이고 여유로운 기자처럼도 보여야 했다. 어쩌면 괜찮은 팀장인 척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불안이 들키면 안 되니까.


우리가 김부장을 보며 불편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건 단순한 공감 때문이 아니다. 20·30대는 상사에서 그의 얼굴을 보고, 40·50대는 '저게 내 미래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조직은 하루가 다르게 스마트하고, 슬림해지고 있다. 그런 환경에서 나를 증명해주는 건 결국 명함 한 장에 적힌 몇 줄뿐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허구라기보다 현실의 예고편처럼 보인다.


가끔 생각한다. '저렇게까지 되고 싶지는 않은데….' 그러나 어느새 나 역시 작은 불안 때문에 속물이 되어 간다. 내 자리를 지키려고 붙잡았던 방패들이 어느 순간 더 큰 압박으로 혹은 독이되어 돌아온다. 인정하기 어렵지만, 부정하기도 힘들다.


팔을 걷고 그의 편을 들어보면, 김부장은 시대가 만든 피해자에 가깝다. 직장 중심의 생애, 준비되지 않은 은퇴 구조, 명함이 곧 정체성이 되는 현실 속에서 그는 그렇게 빚어졌다. 결국 김부장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이 시대가 만들어낸 너무도 보편적인 얼굴이다.


드라마에서 김부장은 25년 다닌 회사를 정리한 뒤 현실과 마주한다. 분양사기를 당하고, 집을 정리하고, 대리운전을 하며 버틴다. 만약 이 이야기가 갑작스러운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면 오히려 더 씁쓸할 것 같다.


대기업에 복귀하거나 서울 집을 되찾는 결말이 아니라, 조금 덜 아등바등하고, 후배들 앞에서 스스로를 포장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면 좋겠다. 중년의 불안이 그렇게 가볍게 봉합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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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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