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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칼럼] 우리 시대의 역설

2025-11-28 06:00
이재윤 논설위원

이재윤 논설위원

닷새 후면 12·3 계엄이 일어난 지 꼭 1년. 계엄은 실패했지만, 이 사건이 남긴 여파가 여전히 한국 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12·3 계엄은 일종의 친위 쿠데타였다. 이미 권력을 쥔 측이 더 큰 권력을 얻기 위해 벌인 정변이다. 친위 쿠데타는 언더독 쿠데타나 역성혁명에 비해 성공 확률이 높다. 초반에는 거의 실패하지 않는다. 이미 국가 핵심 무력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겐 그런 높은 확률의 행운조차 비켜갔다. '더 큰 권력'은커녕 있던 권력마저 다 뺏겼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그 일이 아니었으면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이재명을 구한 열의 아홉은 윤석열의 공이다. 인생에서, 역사에서, 도움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되돌아보면 늘 신비롭다. 그 '신비'를 인간계에선 '역설'이라 부른다. 12·3 계엄은 '우리 시대의 역설'이다.


1999년 4월 미국의 한 고교에서 두 명의 학생이 히틀러 생일에 맞춰 학생·교사 14명을 살해했다. 제프 딕슨이란 사람이 이 끔찍한 사태를 접한 후 '우리 시대의 역설'이란 시를 인터넷에 올렸다.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이 시에 한 줄씩 '역설'이 덧붙여지기 시작했고 꼬리에 꼬리를 물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6년을 이어온 집단지성의 산물인 셈이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란다/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말은 너무 많이 하고 사랑은 적게 하며 거짓말은 너무 자주한다/외계를 정복했는지 모르지만 우리 안의 세계는 잃어버렸다/너무 적게 책을 읽고 TV는 너무 많이 본다. 그리고 너무 드물게 기도한다/세계평화를 더 많이 얘기하지만 전쟁은 더 많아지고 여가시간은 늘어났어도 마음의 평화는 줄어들었다.(생략)'


지금 우리에게도 역설이 허다하다. 수다를 이어보자. 새 정부 출범 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고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져도 통화가치 하락률은 세계 1위다. 왜 원화만 곤두박질일까. 미국의 관세 압박이 되레 오랜 숙원 핵잠수함 건조와 전작권 환수의 실마리를 풀었다. 미·중 양다리 외교는 실리 외교이지만 자칫 모두에게 버림받을 수 있는 위험한 미래다. 교회 신자 수는 급감하는데 천주교 신자 수는 늘고 있다. 의사·판검사가 된 문·이과 1등생들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크다. 지식의 많고 적음은 지혜나 올바름과 비례하지 않는다. 당심을 강조할수록 민심과 점점 멀어진다. 검찰의 반발이 거셀수록 검찰 개혁의 시곗바늘은 더 빨리 움직인다. 눈치 빠른 사람은 눈치 없는 척 한다.(괴테) 김건희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 척했다. 악마가 바빠서 사람을 찾아다닐 수 없을 때 술을 대신 보낸다.(탈무드) 윤석열은 술시만 되면 그 술을 즐겼다. 수많은 사람에 둘러싸였어도 그는 점점 더 외로웠던 걸까.


가장 늦게까지 많이 일하고도(65세 이상 고용률 OECD 1위) 가장 가난한 한국의 노인들(빈곤율 OECD 1위). '에너지 고속도' 정책은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핵심 IT 및 RE100 기업의 비수도권 진출을 막는다. 친서민 진보정부 때마다 집값은 천장부지로 오르고, 종북·친중주의자라 비난받는 진보정권이 고비마다 자주국방의 매듭을 풀었다. 유튜브의 거짓정보 범람으로 사실무근의 주장이 또 다른 주장의 근거가 된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순 없지만 거짓이 진실을 이기기란 쉽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류시화·오래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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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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