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 4연속 금리 동결…서민 부담 덜어줄 대책 없나
한국은행이 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묶었다. 시장의 예상대로였다. 통화정책의 초점을 침체된 내수경기 부양보다 서울 집값, 고환율 안정에 맞춘 것으로 판단된다. 한은은 어제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로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 정책금리(4.0%)와의 격차는 여전히 1.5%포인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오는 12월9~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시장에선 금리 0.25%포인트 인하 확률을 80% 정도로 내다본다.
한은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이후,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와 국내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7월과 8월, 10월에 이은 이번 마지막 금통위에서도 금리를 묶었다. 불안한 서울 집값에다 환율 비상인 상황에서 한은이 굳이 금리를 내려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길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한은이 극심한 내수경기 불황에도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기준금리 동결보다는 더 강력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가 외신과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한 탓에 국내 채권금리가 급등, '발작' 수준의 충격이 발생한 바 있다. 여기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는 점도 한은의 금리 인하 압박을 덜어주는 모양새다. 한은은 이날 올해와 내년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9%에서 1.0%, 1.6%에서 1.8%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고환율 탓에 물가 곡선도 우상향을 그린다. 한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이 올해(2%→2.1%)와 내년(1.9%→2.1%) 모두 올랐다. 성장률과 물가가 올라가면 금리를 내려야 할 명분이 사라진다. 한은이 사실상 금리 인하 정책기조에서 방향을 튼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환율이 안정될 때까지 금리를 동결하는 통화정책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대출을 옥죄고 있으며,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경우 6%를 오르내리면서 서민들은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라는 삼중고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시중금리는 오르고 돈줄이 마르는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마저 우려된다. 게다가 반도체 주도의 경기회복 기대감과 서민, 특히 지방민의 체감 지표와는 간극이 크다. 집값을 잡겠다고 획일적인 규제만 한다면 지방은 고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민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과 함께 지방의 경기를 되살릴 맞춤형 통화·재정 정책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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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스틸법·지역의사제 국회 늑장 통과, 후속조치 서둘러야
어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대구·경북 지역민과 기업들이 오랫동안 갈망해오던 이른바 'K-스틸법'이 통과됐다. 또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지역의사 양성·지원법'은 오는 12월2일 예산안과 함께 본회의 처리를 여야가 합의했다니 반가운 일이다. 두 법안 모두 뒤늦게 법제화됐거나 하기로 약속한 만큼 후속조치를 서둘러야 할 숙제가 주어졌다.
'K-스틸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철강도시 포항시와 시민들, 포스코와 연관기업 모두 환영의 뜻을 표하는 등 기대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K-스틸법'은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비쟁점 법안으로 그 필요성에 모두가 공감하던 터였다. 그럼에도 법안이 이제야 통과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철강산업은 제조업 전반에 필수소재를 공급하는 핵심 기간산업이자 국민경제의 주력산업이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에도 불구하고 철강관세는 사실상 고율관세 체제를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 등 국내 주요 업체들이 부담해야 하는 관세 규모는 한 해 4천억 원을 넘어선다. 중국 철강의 공급과잉 등으로 국내외 수요마저 급감하고 있다. 일부 주요 공장들이 이미 폐쇄됐고 노후 설비나 채산성이 낮은 라인부터 문을 닫는 중이다. 개별 기업의 힘 만으로는 이 위기를 타개하기 힘들다.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K-스틸법'은 이런 긴급 상황에 대응하는 응급조치다.
먼저 국무총리 소속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를 조속히 설치해 관련 후속조치에 속도를 내야 한다. 저탄소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지원도 서둘러야 한다. K-스틸법은 단순 지원을 넘어 철강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작동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시행령 제정이 다급하다. 시행령 제정 단계에서 지역현장의 요구와 의견이 반영되는 건 당연하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중요한 것은 속도와 실효성"이라 했다. 자치단체와 기업도 미리 의견을 모아놓아야 실행이 더는 지체되지 않는다.
지역의사제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했지만, 2027년 도입 부칙이 삭제된 건 아쉽다. 사실상 제도 시행이 2028년도 이후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하위법령 개정 및 입학전형 준비와 사전 공지 등의 기간을 고려할 때 지금부터라도 서두르지 않으면 '2028년 적용'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지역의사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던 의료계는 도입 시점이 연기된 만큼 정부와 논의에 더는 미적대선 안 된다. 수련 환경조차 갖추지 못한 채 의사만 내려보내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황무지에 씨앗을 뿌릴 게 아니라 먼저 땅을 일궈야 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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