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영향 내년 초부터 물가에 반영될 듯
환율 위험 관리 취약한 중소기업에도 타격
30일 서울 명동 시내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에서 고착하면서 물가 불안이 고개를 들고, 가계와 기업이 받을 충격에 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천400원대 후반에서 고착하면서 물가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고환율 충격이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가계와 기업, 특히 기초체력이 취약한 지역경제가 받을 타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이 이미 2%대 중반까지 오른 물가 상승률을 더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통상 환율 상승이 3~6개월 뒤 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환율 상승이 본격화한 시점을 고려하면, 내년 초부터 그 영향이 물가에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면에 관련기사
지난 8월 1.7%까지 낮아졌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9월 2.1%, 10월 2.4%로 연이어 상승해 1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가 지난달 2.2%로 이보다 낮았지만,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 지수는 두 달째 2.5%를 기록했다. 대구경북 물가 상황도 심상치 않다. 동북지방통계청이 지난 11월4일 발표한 '10월 대구경북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대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3% 올라 지난 4월(2.3%) 이후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을 나타냈다. 경북 역시 지난해 7월(2.5%) 이후 1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인 2.4%를 기록했다.
고환율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은 기업 경영에도 부담이다. 수입 원자재·부품 가격 상승은 생산비 증가로 이어져 기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린다. 기업이 이를 최종 소비자 가격에 반영할 경우, 결국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환율 위험 관리에 취약한 중소기업에는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 올해 1월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 기업 44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환율 급등에 따른 영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환율 상승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는 기업이 55%로 집계됐다. 부정적 영향을 받는 이유로는 '수입 원자재 및 에너지가 상승'(84.2%·복수 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물가 상승은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식료품·연료 가격이 오르면 체감물가가 높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가계는 대출이자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특히 생계 필수품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일수록 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1천500원 시대' 진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경제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책 연구기관들도 환율의 물가 전이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포인트 상승하면 같은 분기에 소비자물가는 0.04%포인트 오른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선 원·달러 환율이 1천500원까지 상승할 경우, 올해 4분기 물가상승률이 1분기 대비 0.24%포인트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최근 환율 상승이 물가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7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1천400원을 넘어가면 금융 안정을 걱정하던 때와는 달리 지금은 외환시장에 불안은 없다"면서도 "금융 안정의 문제가 아니고 고환율로 인해 물가가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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