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아트센터, 12월23일까지 박종규 작가 초대전 ‘비트의 유령들’ 개최
시스템 오류인 ‘노이즈’를 미학적으로 재해석... 회화·설치 등 25점
中 광둥미술관·이집트 피라미드 전시 잇는 세계적 행보, 대구서 만난다
박종규 'Vertical time'
<재>달서문화재단 달서아트센터는 오는 12월23일까지 박종규 초대전 '비트의 유령들(Spectres of the Bitstream)'을 센터 별관 달서갤러리에서 개최한다.
'DSAC 달서 아트 플래닛'의 하나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국내외 무대에서 독자적 작품 세계를 선보여 온 박 작가의 철학이 응축된 자리로 눈길을 끈다.
디지털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픽셀과 비트를 탐구해 온 박 작가에게 '노이즈'는 시스템의 오류나 배제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매끈한 디지털 체계의 균열 속에서 발견되는 '실재의 떨림'이자 미학적 구조다. 박 작가는 컴퓨터 화면 속에서 잉여 정보로 치부되는 노이즈를 포착해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매체로 변주해왔다.
전시명 '비트의 유령들'은 이 같은 작가의 주제 의식을 함축한 것이다. 디지털 정보의 단위인 비트와 체계 밖으로 밀려난 감각의 잔영인 유령을 결합했다. 삭제된 신호와 잊힌 감각을 다시 호출해 '보는 것'과 '인지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파고든다.
박종규 초대전 '비트의 유령들(Spectres of the Bitstream)' 포스터.<달서문화재단 제공>
이번 전시에선 박 작가의 대표 회화 연작인 'Vertical Time(수직적 시간)'을 비롯해 미디어 및 설치 작품 25점을 만날 수 있다. 기술 문명과 인간의 감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질서와 혼돈, 실재와 가상의 중첩을 시각화했다. 관람객은 이 작품을 통해 기술이 만들어낸 인위적 세계 속에서 소거됐던 감각의 회복을 마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 작가는 최근 국제 무대에서 굵직한 행보를 이어왔다. 중국 광둥미술관 개인전을 통해 '디지털 노이즈' 시리즈의 확장을 알렸고,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미술제 '포에버 이즈 나우(Forever is Now)'에서는 피라미드 앞에 디지털 신호를 개입시키는 대형 작업을 선보였다. 박 작가는 "사라짐과 생성이 동시에 일어나는 시간의 진동 속에서 노이즈는 인간 존재의 지속성과 불완전함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달서아트센터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우수 작가를 조명하는 '달서 아트 플래닛'의 올해 두 번째 순서다. 박종규의 작품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시각적 현상 이면에 숨겨진 철학적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공휴일 휴관. (053)584-8968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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