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두백 기자
오랜세월 영덕으로 향하는 길은 늘 길고도 위험했다. 영덕을 지나는 7번국도는 동해안을 따라 만든 유일한 도로로 지역 주민에게는 생활도로이자 생업의 길이었다.
1979년 왕복 2차로로 개통후 2005년 4차선으로 확장됐지만 영덕~포항간 도로는 하루 평균 2만여 대의 차량이 이용했고 성수기마다 병목 현상이 일상처럼 반복됐다. 이 도로의 일부 구간에서는 마을 앞을 지나거나 시내를 관통하기에 신호등만 30여 곳에 설치될 만큼 교통사고 위험이 높기로 유명했다.
주민들은 병원 진료나 긴급 상황 시 포항·대구 등 대도시로 이동하는 데 큰 불편을 겪었고 잦은 지·정체와 안전 문제로 기업 유치에도 어려움을 안겨 왔다. 이런 현실 속에서 최근 개통된 포항~영덕 고속도로는 단순한 신규 노선이 아니다. 영덕의 생활과 산업, 안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길이다. 고속도로는 지역을 잇는 대동맥이자 물류와 산업을 움직이는 기초 인프라다.
대형 차량과 승용 차량이 뒤섞였던 기존 국도와 달리 고속도로는 속도와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사고 위험을 크게 낮춘다. 지금까지 영덕 주민들이 가장 크게 느껴온 불편은 '시간의 제약'이었다. 보통 50분이 걸렸던 포항까지의 시간은 단순 이동의 불편을 넘어 지역 경제의 기회 상실로 이어졌다.
이런 이유로 "영덕은 너무 멀고 불편하다"라는 인식이 늘 발목을 잡아 왔다. 하지만 이제 사정은 달라졌다. 고속도로 개통으로 포항까지 20~30분대 접근이 가능해졌고, 경북 동해안 광역권으로의 이동 편의성도 크게 향상됐다. 주변 대도시와의 거리가 줄어들수록 관광객과 외지인의 재방문률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속도로는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를 가져온다. 안전의 문제다. 그동안 7번국도 이 구간은 위험 도로로 지적될 만큼 악명이 높았다. 곡선의 불량 구간과 난폭한 대형차량 등으로 주민들은 "국도만 타면 늘 긴장된다"라고 말했다.
물론 고속도로 개통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 상권의 변화, 관광객 이동패턴의 변화 등 새롭게 대응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영덕은 이제 전국 어디와도 연결될 수 있는 속도와 접근성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이는 산업과 관광, 정주 여건의 경쟁력을 키우는 출발선에 섰음을 의미한다. 이제 영덕은 새 길이 열리면서 더 이상 멀고 불편한 곳이 아니다. 길이 바뀌면 지역의 미래도 바뀔수 있다.
남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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