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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의 도시를 바꾸는 시간] 지방소멸 대응의 전환점

2025-12-17 06:00
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최근 일본 사가현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했다. 한국과 일본 양국이 '지방소멸을 넘어 지역 공존과 공영을 향해'라는 주제로 사가대학에 모였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자동차로 90분 거리다. 후쿠오카현은 인구 500만 명 규모로 규슈 지역의 경제 중심지지만, 사가현은 인구 78만 명 규모다. 사가현은 후쿠오카의 배후 지역으로서 청년 유출이 많고 고령화율이 높다.


일본은 사가현의 타케오시와 가시마시의 변화 사례를 소개했다. 타케오시는 온천·도서관으로 인지도가 있는 인구 5만 명의 관광도시이고, 가시마시는 역사·양조 문화 중심의 인구 3만 명의 소도시다. 흥미로운 점은, 두 지역 모두 사람과 지역의 '관계성'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긴 호흡으로 청년 유입을 준비했다.


타케오시의 '키즈 랩(Kids Lab)'은 인상적이었다. 경찰, 소방관, 케이블TV 아나운서, 지역 장인과 사업자가 아이들의 선생님이 된다. 아이들은 지역에 어떤 일이 있는지를 몸으로 배우고, 어른들은 자기 일을 설명하며 다시 자부심을 회복한다. 이는 단순한 진로 체험이 아니라, 지역과 직업을 동시에 연결하는 교육이다. 청년이 되었을 때 '돌아갈 선택지'를 미리 만들어 두는 과정이다.


가시마시의 사례도 같은 맥락이다. 이 지역의 초등학교에서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 학년이 마을을 교과서 삼아 배운다. 1학년은 학교 옆을 흐르는 하천에서 생물을 관찰하고, 4학년은 마을의 건물과 거리 구조를 배우며, 6학년은 지역의 장인과 직업을 탐구한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졸업할 무렵이면 '마을의 전문가'가 된다. 놀라운 것은 이미 수십 년간 이어져 온 활동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경험을 가진 아이 중 상당수가 성인이 되어 다시 가시마시로 돌아오고, 일부는 가게를 열고 지역 활동의 주체가 되었다. '히젠 하마슈쿠'라는 작은 지역이 지금은 연간 25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감소지역은 총 89개 시군구이다. 2021년에 처음 지정되었고, 5년 주기로 재지정된다. 인구 규모 면에서 경북도의 의성군과 울진군이 타케오시와, 청송군이 가시마시와 비슷한 규모다. 2026년이면 지방소멸대응기금이 5년 차를 맞는다. 이제 시설 중심의 투자에서 사람 중심의 투자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 청년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삶의 설계가 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을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기억과 관계의 공간으로 보아야 한다. 떠난 청년도 다시 돌아올 이유가 축적될 수 있는 경험의 설계가 필요하다. 지방소멸 대응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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