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법무법인 화우 환경규제대응센터장
2050 탄소중립은 우리가 함께 달성해야 할 어려운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 기업, 국민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전 세계 주요국은 파리협정(Paris Agreement) 체제하에서 입법 등을 통해 관련 규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등 관련 입법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도 자발적으로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각자 나름의 감축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주요한 규제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배출권거래제(ETS) 등이 있다. 2023년 4월 정부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하여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동 계획은 탄소중립 관련 최상위 법정계획으로서 국가 중장기 감축 목표, 연도별·부문별 감축목표 등을 포함하고 있다. 관련하여 지난 11월 정부는 2018년 순배출량 대비 2035년까지 53%~61%를 감축한다는 '2035 NDC'를 수립했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 다량 배출 사업장을 대상으로 배출허용총량 설정 및 배출권을 할당하고, 여유분 또는 부족분을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국가의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2015년부터 시행되었고, 2024년 12월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2026~2035)'이 확정됐다. NDC의 부문별 감축목표의 비율에 따라 배출권거래제의 목표를 설정하고,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4%를 관리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제는 시장에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기업의 경영, 투자 등에 명확한 기준과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규제만으로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또한 과도한 규제는 기업에게 부담이 되기도 하고 국제 경쟁력에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반면에 기업의 자발성에 의존할 경우, 매출과 수익성을 우선하는 기업들이 감축 노력을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시장 메커니즘을 통한 자발적 노력이 필요하다. 파리협정도 제6.2조(협력적 접근법)와 제6.4조(Paris Agreement Crediting Mechanism, PACM)를 통해 당사국 간 자발적 협력과 시장 메커니즘의 활용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자발적 탄소시장(VCM)이 매우 중요하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없는 주체가 자발적으로 탄소 감축 프로젝트를 이행하고, 창출한 탄소 크레딧을 거래하는 민간 탄소시장이다.
배출권거래제가 기업의 법적 감축 의무를 다루는 규제적인 접근이라면, 자발적 탄소시장은 다양한 주체가 참여할 수 있는 시장적인 접근이다. 배출권거래제로 관리되지 않는 온실가스 배출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정부·비영리단체도 자발적으로 참여가 가능하다. 다만 이는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실시하는 만큼 탄소감축량을 정확히 측정·검증하기 어렵고 의무규제가 아닌 만큼 탄소가격이 낮으면 자발적 탄소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의 규제뿐만 아니라 민간 탄소시장의 활성화는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규제냐 시장이냐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으로 함께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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