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면 시간이 언제이든 무조건 밥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방금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왔는데도요."
덩치는 10세 소년이지만, 도현이(가명·10)의 지능은 여전히 신생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뇌병변과 지적장애라는 가혹한 굴레는 도현이의 성장을 가로막았고, 엄마 장씨의 시간 또한 10년 전 그날에 멈춰 섰다.
뇌병변과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도현이(가명)가 어머니와 방에서 장난감을 만지며 놀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뇌병변과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도현이(가명)가 방에서 장난감을 만지며 놀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6개월 만에 태어난 아이
도현이는 2015년, 임신 6개월 만에 세상 빛을 본 미숙아였다. 태어나자마자 생사의 고비를 수차례 넘겼다. 그 과정에서 입은 뇌 손상은 평생의 장애로 남았다. 현재 도현이는 뇌병변·지적장애 '심한 장애' 판정을 받은 상태다. 가장 큰 고통은 근육이 뻣뻣하게 굳는 '강직'이다. 3~6개월마다 다리 등 신체 곳곳에 보톡스 주사를 맞아야 한다. 이제 도현이도 힘이 생긴 탓에 성인 여럿이 붙잡고 억지로 진행해야 할 정도다. 하지만 이마저 하지 않으면 신체 기능이 급격히 저하된다.
엄마 장씨는 "뇌에서 근육을 움직이고, 유연하게 하는 신호를 보내야 하는데, 도현이 뇌는 그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그래서 보톡스로 근육을 강제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며 "이거(보톡스)라도 맞지 않으면 서서히 몸이 굳는다. 평생 관리해야 한다"며 긴 한숨을 몰아 쉬었다.
◆24시간 '신생아' 돌봄
도현이 하루는 자기 '패턴'과의 전쟁이다. 자폐 성향과 공격성이 있어 정해진 일과에서 조금만 어긋나도 황소고집을 부린다. 이동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인지력이 낮아 눈에 보이는 건 무엇이든 뜯거나 먹으려 한다. 밤낮없이 자주 잠을 깨는 탓에 장씨도 10년째 숙면을 취해본 적이 없다.
경제적 여건은 더 막막하다. 다행히 최근 영구임대주택으로 이사하며 한숨은 덜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버티기가 빠듯하다. 도현이에게 발 보조기와 휠체어를 새로 마련해주고 싶지만, 여력이 없다.
2020년 이혼 후 홀로 도현이를 키우는 장씨는 허리디스크가 있다. 정부 지원금 약 150만원으로 생계를 유지하지만, 매달 지출되는 의료비와 재활 치료비만 40만원에 달한다. 전 남편도 도현이와 마찬가지로 장애를 앓는 첫째 아들을 돌보느라 양육비까지 감당할 여력이 없다.
◆"더 나빠지지 않기만을…"
매 순간이 고비인 현실 앞에서 장씨 마음은 하루에도 몇 번씩 무너진다. 그는 "주변에서 시설 이야기를 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 끝까지 내가 품고 가야 한다는 책임감과 내가 없으면 이 아이가 어떻게 될까 하는 두려움이 많다"고 했다. 도현이는 현재 대구보건학교 4학년에 다닌다. 주 2회 언어·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게 엄마의 최우선 목표다.
장씨는 "주변의 시기 질투 섞인 시선이 두려워 도움을 요청하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도현이가 나중에 주저앉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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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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